“탄핵 추진했다 몸값만 키워줄라”…野의 ‘한동훈 공세’ 딜레마
당내 의견 분분…“정치탄핵 역풍 우려” “檢탄압 상징, 공세 키워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공세를 두고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당초 민주당은 한 장관을 끌어내리기 위해 '탄핵 소추'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 등 전방위 압박을 구상했지만, 해당 전략들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총선 정국을 앞두고 섣부르게 공격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당 일각에선 한 장관의 총선 출마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몸값'을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탄핵 논의 無…고발도 사실상 무산
민주당은 앞서 이재명 대표의 영장청구가 기각된 시점부터 한 장관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한 장관이 위법한 시행령 개정은 물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등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해 민주당은 한 장관 탄핵에 앞서 '공수처 고발'도 지난 10월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한 장관에 대한 당 차원의 공수처 고발 검토는 현재 멈춰선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법률위원회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현재 당 차원의 공수처 고발 건은 검토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리적 부분에 대해 이견 차도 있었다"고 전했다. 당내 일각에선 최근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에서도 '검찰 특활비 내역 은폐' 등 혐의점으로 한 장관이 이미 공수처에 고발된 만큼, 당까지 직접 나설 필요는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여기에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도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분위기다. 앞서 민주당은 한 장관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 논의를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8~9일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이 위원장과 비리 검사 2명에 대한 탄핵소추만 당론으로 결정됐을 뿐, 한 장관에 대한 탄핵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민주당의 여러 의원들도 한 장관 탄핵 추진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당 차원에선 한 장관의 혐의점 등에 대해 법리관계를 꼼꼼히 파악한 후 신중히 논의하겠단 입장이다. 윤영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에 "탄핵은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권한인 만큼 신중하게 숙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법률적 요건을 갖춰야 하는 것인 만큼, 상황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한 장관 탄핵에 대해선 신중론이 많이 제기되는 만큼, 위원장 탄핵에만 집중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동훈, 총선 나올 사람…탄핵 의미 있나"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한 장관 공세에 대한 '딜레마'를 우려하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어차피 한 장관의 차기 총선 출마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제1야당이 당 차원 탄핵을 추진하면 존재감만 키워주는 셈이란 것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한 장관의 탄핵을 추진하면 한 장관의 체급을 오히려 민주당이 키워주는 꼴이 된다"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근육질 자랑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장관의 탄핵 명분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제기됐다. 때문에 섣불리 추진했다가 총선을 위한 '정략적 탄핵' 역풍을 맞을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시사저널에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탄핵을 추진할 때도 확실성이나 엇박자 타이밍을 두고 우려가 많았다"며 "한 장관도 결국 연말에 총선 출마로 나올 사람인데 탄핵이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또 탄핵 성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선 한 장관이 '검찰 탄압'의 상징인 만큼, 지지층 결집과 검찰개혁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공세를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검찰개혁은 당의 기조인 만큼 민주당이 180석을 보유한 이번 국회에서 꼭 이뤄야 할 사명"이라며 "그런데 국정감사 이후 여러 이슈 때문에 검찰개혁 등도 묻히고, 한동훈 장관에 대한 탄핵·고발도 정치적 셈법으로 지지부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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