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 지분’ 파나마광산 개발 반대 시위로 4명 사망…시위 확산 왜?
한국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파나마 광산 개발을 둘러싸고 현지에서 반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전날 수도 파나마시티 인근 오에스테주의 한 고속도로에서 정부의 광산 개발 계약 승인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던 도중 2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 사망자들은 모두 시위에 참가한 교사들이었다. 경찰은 총을 쏜 가해자를 체포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범행 당시의 모습이 그대로 담긴 영상이 공유돼 충격을 주고 있다.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오에스테에서 목숨을 잃은 두 시민의 유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서로 연대하며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에서는 지난달 20일 ‘광산개발 양허계약 승인법’이 공표된 이후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건설노조와 교사협회, 환경단체, 원주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시위가 확산됐고, 도시 곳곳에서 무력 충돌 등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가 시위대 수백명을 구금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반발은 더욱 확산됐다. 일부 학교는 일주일 넘게 휴교했고, 시위가 격화되면서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병원 진료 예약도 일부 중단됐다.
앞서 지난달 26일과 이달 1일에는 콜론주와 치리키주에서 시위 도중 차량에 치인 2명이 병원 치료를 받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광산개발 승인법은 해외 광산개발업체인 ‘미네라파나마’에 파나마의 구리광산 ‘코브레파나마’의 채굴 및 광물 판매권을 20년간 연장해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브레파나마는 매장량이 21억4300만t에 달하는 파나마 최대의 구리 광산으로, 세계에서도 10위권안에 드는 곳이다. 파나마 정부와 의회는 이 승인법을 상정 단 5일 만에 통과시켰다.
미네라파나마는 캐나다 기업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이 지분의 90%,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의 10%를 갖고 있다. 현지에서는 보통 캐나다 회사라고 부르기는 하나 일부 기사에는 한국의 지분 소유 사실이 언급돼 있고, SNS 등에서는 ‘캐나다와 한국 합작기업’이라고 불리고 있다. 한국광해공단은 2021년 코브레파나마에서 7500만달러(약 98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미네라파나마가 파나마 정부와 구리광산 채굴권 계약을 처음 맺은 것은 1997년이다. 이 계약은 주민들로부터 어떠한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파나마에 매우 불리한 조건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을 받았고, 2017년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위헌 판결까지 바은 바 있다.
파나마 국민들은 애초 문제가 많았던 이 계약을 정부가 주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연장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파나마 헌법은 모든 광물 매장지를 국가 소유로 선언하고 있는데, 파나마 국민으로서는 자신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체결된 이 계약으로 인해 파나마의 중요한 자원을 앞으로도 수십년간 더 외국 기업이 가져가게 된 것이다.
파나마는 세계에서 14번째로 큰 구리 생산국으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적 생산을 시작한 이후 구리는 파나마 최대 수출 품목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파나마의 동광 수출 대상국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미네라파나마가 파나마에 연간 최소 3억7500만달러(약 4914억원)를 지불하는 등 경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수천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나마 광산회의소의 엔지니어 로베르토 쿠에바스는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국가에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자들은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고도의 채굴 기술을 기반으로 광산 개발이 이뤄져 주민의 고용을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광산개발로 인한 폐수가 주변 수자원 및 토양오염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우리는 광산이 가져오는 죽음에 맞서 파나마를 방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커지자 코르티소 대통령은 이 사안을 다음달 17일 국민투표에 붙일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갈등을 통해 파나마가 자연을 보존하는 국가가 될 것인지, 개발하는 국가가 될 것인지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개발’을 택할 경우 자연이 주는 이권을 외국 투자자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과연 파나마에 이로운지의 질문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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