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뚝심 통했다…'호실적+주주친화책' 통합 셀트리온 초읽기

김도윤 기자 2023. 11. 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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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제공=셀트리온

통합 셀트리온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동반 주가 상승으로 합병을 위한 가장 큰 관문을 돌파했다. 9부능선을 넘었단 평가가 우세하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이 순항하는 요인으로 서정진 회장의 뚝심을 빼놓을 수 없다. 서 회장은 올해 전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글로벌 영업 현장을 누비며 본업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 특히 합병 발표 뒤 여러 차례 시장과 직접 소통하며 합병의 배경과 미래 청사진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 같은 서 회장의 행보가 개인주주들이 합병 찬성으로 마음을 굳히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주력 제품인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의 글로벌 공급 확대 등을 통한 실적 호조, 적극적인 자사주(자기주식) 매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가 이달 시행한 한시적 전면 공매도 금지 조치도 셀트리온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탠 것으로 파악된다.

주가 상승, '마지막 변수' 주식매수청구 가격 넘었다
9일 증시에서 셀트리온은 전일 대비 500원(0.32%) 오른 15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일 대비 200원(0.28%) 오른 7만4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모두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권 가격을 웃돈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셀트리온 15만81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7251원이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이 오는 13일까지인 만큼 현재주가를 고려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합병을 무산할 정도로 행사 규모가 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을 결정했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 8월 17일 합병 발표 당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모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20년 12월 37만원을 넘던 셀트리온 주가가 3년 가까이 지속 하락해 절반 이하 가격으로 떨어진 시기라 주주들이 합병에 얼마나 우호적일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합병의 배경을 의심하는 일각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서 회장이 꾸준히 합병의 배경과 이유, 통합 셀트리온 출범 뒤 청사진 등에 대해 시장에 알리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해외 시장을 직접 돌며 현지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후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줄줄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결국 통합 셀트리온 출범을 위한 1차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주총 참석 대비 합병 찬성 비율은 셀트리온 97.04%, 셀트리온헬스케어 95.17%로 집계됐다. 주총 당시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밑돌았지만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 권고, 소액주주연대의 동의 등을 토대로 무난하게 1차 관문을 통과했다.

주총 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성공 여부는 사실상 주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크게 밑돌 경우 국민연금 등 주주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총 1조원을 넘을 경우 합병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3분기 실적 호조와 적극적 주주친화책 유효
최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 상승은 우선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주력 품목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에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 등 차세대 제품의 활약이 어우러졌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올해 3분기 역대 분기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 정책도 주가 상승에 한몫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달 7일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완료한 데 이어 이날 또 한 번 3000억원 규모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 이를 포함한 두 회사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2500억원에 달한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제약·바이오는 2차전지와 함께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비중이 높은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는 2차전지 기업 다음으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업종"이라며 "펀더멘탈(기초체력) 훼손 이슈가 아니라 단순 수급 이슈로 공매도가 크게 증가해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기업의 주가 관점에선 분명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 기간인 2024년 6월까지 유의미한 모멘텀을 보유한 기업의 주가 반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을 언급했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상승에 따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는 제한적일 전망이므로 합병 가시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통합 셀트리온 효과로
셀트리온 연구원. /사진제공=셀트리온
이제 시장의 관심은 통합 셀트리온의 향후 행보에 쏠린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합병 뒤 원가경쟁력 강화와 거래 및 회계 투명성 제고, 적극적 투자 등을 통해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합병 성사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하며 이제 합병 이후 실적을 고민할 시기"라며 내년 통합 셀트리온의 매출액을 3조4320억원, 영업이익을 6817억원으로 추정했다.

박재경,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예정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고 합병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통합 셀트리온의 내년 매출액을 3조5626억원, 영업이익을 7074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날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에 대해 "내년 주가 급등이 매우 기대된다"며 "올해 3분기가 고성장의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유럽에서 램시마SC 매출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내년 1분기부터 미국에서 신약으로 판매가 시작되기 때문"이라며 "오래전부터 기대했던 유플라이마 매출도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28일, 합병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1월 12일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합병을 완료할 경우 원가율 개선에 따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진입하지 못했던 시장에 새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것"이라며 "셀트리온그룹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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