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식 먹고, 자기 전 '이런 영상' 보면…싸우다 "아악" 악몽 꾼다
꿈은 잠을 자는 동안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수면의 단계인 렘(REM)수면 때 꾼다. 렘수면은 전체 수면 시간 가운데 후반대(주로 잠든 후 4~7시간)에 나타나는데, 악몽도 렘수면 단계에서 나타난다. 꿈에서 무섭고 힘든 상황을 겪는 탓에 악몽을 꾸는 도중, 악몽에서 깨어난 직후 식은땀이 나거나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자고 일어난 후 '나쁜 꿈'을 꾼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단순히 '나쁜 꿈'이 악몽은 아니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의학적으로 악몽은 나쁜 꿈 때문에 잠에서 깼을 때를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나쁜 내용으로 꿈을 꿨지만, 제때 일어나면 악몽은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와 크게 싸우거나 다치고 죽는 등 과격하고 무서운 경험을 하게 되는 악몽은 그리 드문 현상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인구 4명 중 3명은 악몽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험을 '가끔' 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전체 성인의 약 5%는 매주 악몽을 꾼다. 악몽은 성인보다 어린이에게 더 흔하며, 그중에서도 3~6세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대부분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서 악몽 꾸는 횟수는 줄어든다. 남녀 구분 없이 나타나지만, 남성보다는 여성이 악몽을 더 많이 꾼다.
그런데 악몽도 치료받아야 하는 순간이 있다. 신원철 교수는 "악몽이 매주 또는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어렵고, 나쁜 꿈을 꿀까 봐 잠자리에 드는 게 두려우면 '악몽 장애'라는 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병원에서 원인을 찾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스트레스다. 스트레스, 불안, 걱정, 충격적인 경험은 어린이·성인 모두에게 악몽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 부모와 떨어지는 분리불안이 있거나, 생활패턴이 조금만 변해도 악몽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셋째, 수면 부족이다. 업무 스트레스, 불안, 걱정, 일정 등으로 잠이 부족하면 나쁜 꿈을 꿀 수 있고, 꿈꾸는 잠의 길이가 늘면서 악몽을 촉발할 수 있다.
넷째, 수면무호흡증이다. 잠자는 동안 호흡이 반복적으로 멈추는 수면무호흡증은 신체 근육이 마비되는 렘수면기에 더 심해진다.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렘수면기에 접어들면 숨 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심하면 무려 2분 동안이나 숨 쉬지 않기도 한다. 꿈꾸는 단계에서 숨을 오래 쉬지 않으면 깨어있는 뇌가 호흡 곤란을 느끼고, 이에 따라 질식하거나 죽을 것 같은 악몽, 싸우거나 죽는 등의 무서운 꿈을 꾸게 된다.
다섯째, 임신·출산이다. 임산부는 임신 자체로 인한 긴장감, 출산 후 삶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할 때 악몽을 꿀 수 있다.
여섯째, 정신질환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조현병, 불안장애, 공황장애, 인격장애 등 정신 건강이 나빠진 상태에서 악몽을 더 잘 꾼다.
일곱번째, 약물이다. 혈압약으로 사용되는 베타차단제, 각성제, 항우울제, 항생제, 멜라토닌 제제 등은 악몽을 잘 유발할 수 있다. 우울증약 일부, 수면제, 안정제에 사용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은 렘수면을 억제하는데, 이런 약물을 복용하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그간 억제됐던 렘수면이 갑자기 몰아서 나타나 악몽을 꿀 수 있다. 신 교수는 "멜라토닌 제제, 우울증약, 항불안제 복용하고 나서 악몽이 늘었다면 주치의와 상담해 약물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덟번째, 금단현상이다. 술·담배를 끊은 사람 가운데 1~3일 내로 악몽이 잘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일부는 1~2주, 길게는 한 달 동안 악몽이 지속할 수 있다.
아홉번째, 야식 섭취다.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악몽을 꿀 확률을 키운다. 잠들기 3~4시간 전에 모든 식사를 마치는 게 좋다.
열 번째, 기저질환이다. 특히 열이 나는 감기, 감염질환은 악몽을 더 잘 유발한다.
열한번째, 가족력이다. 부모가 어린 시절 악몽을 꾼 경우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악몽을 계속 꾼다면 어린 시절이나 청소년기에 악몽을 반복적으로 꾼 병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뇌와 신체를 이완하는 방법도 도움 된다. 심호흡·스트레칭·명상 같은 이완법을 잠들기 전 실천하면 악몽을 일으키는 스트레스·걱정·불안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평소 긴장하거나 스트레스가 클 때 믿을 수 있는 가족·친구와 이야기하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기만을 위한 휴식 시간을 갖거나 운동,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도 좋다.
악몽을 피하려면 저녁 시간대에 카페인·알코올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카페인은 뇌를 자극하고 각성시켜 잠들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잠들기 직전에 술을 마시면 수면 후반대에 렘수면이 반동적으로 많이 나와 악몽을 악화할 수 있다.
잠자리에서 블루라이트를 방출하는 스마트폰·태플릿PC 등 전자기기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들 전자기기는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해 잠들기 어렵게 한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부정적이거나 과격한 이미지를 볼 경우 악몽을 꿀 가능성이 크다. 신 교수는 "한 달에 몇 번은 악몽을 꾸느라 괴롭고, 악몽을 꾸기 싫어 잠들기가 두렵고, 악몽에 등장한 내용 때문에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라면 병원에서 상담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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