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좀비기업 연장 경고한 KDI… "정책금융 축소해야"

최상현 2023. 11. 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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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에 '나랏돈을 풀어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하라'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는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실을 유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먼저 금융정책 부분에서 "코로나19 위기 시 증가한 정책금융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며 "재무위험 관리에 실패한 금융기관 및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해 자구적 노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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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유발하는 '트리거' 될 우려
국내물가 등 상황 맞게 수행 필요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이 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규철 경제전망실장.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에 '나랏돈을 풀어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하라'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위기 당시에는 정부 차원의 금융지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부실을 유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KDI는 9일 '2023년 하반기 KDI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금융과 재정, 통화정책에 대해 각각 정책방향을 조언했다. 먼저 금융정책 부분에서 "코로나19 위기 시 증가한 정책금융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며 "재무위험 관리에 실패한 금융기관 및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해 자구적 노력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DI는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 부문에서 연체율이 상승하는 실태를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55%로 전월 말보다 0.06%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전체 기업대출 연체율(0.47%)보다 높은 수치다. 지금부터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을 잘 관리해야 향후 '목돈 예산'이 들어가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항상 취약 부분이 있고, 보조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소상공인을 포함해 모든 재무주체에 스스로의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재정이 지속적으로 투입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KDI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 등 DSR 규제의 예외 조항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며 "미래 금리인상 가능성을 상환능력 산정 시 반영하는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정책 부문에서는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최저 수준으로 제한했음에도 나라살림 적자와 국가채무가 올해보다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4년 예산안에서 총지출을 올해 대비 2.8% 증가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지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의 증가율이다. 그러나 내년 총수입 증가율은 -2.2%로 오히려 줄어드는 만큼,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는 92조원으로 전년 대비 3.9% 커진다.

정 실장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의무지출까지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취학아동이 감소하는 실정을 반영해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화정책에서는 현재의 긴축적인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지만, 기준금리가 3.5%인 현재 수준에서 긴축의 고삐를 더 죌 필요는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천소라 KID 전망총괄은 "국가별 물가와 경기 상황 차이에 따른 기준금리 격차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국내 물가와 경기 상황에 맞게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KDI는 우리 경제의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을 소폭 상회하는 수치이지만, 지난 8월 전망(2.3%)와 비교하면 0.1%포인트 하락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도 1.5%에서 1.4%로 낮췄다. 정 실장은 "경기가 아주 완만한 속도로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최상현기자 hy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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