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절 끝났다’... 백화점 3사, 3분기 영업익 두 자릿수 감소
매출은 현대만 성장... 코로나 역기저·명품 수요 둔화
“소비침체 내년까지... 그나마 백화점은 방어 가능성 높아”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빅3′ 백화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지난 2분기 3사의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비슷한 추세가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發) 보복 소비의 영향으로 최근 2년여간 호실적을 기록한 백화점 업계가 올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코로나 역기저와 물가 상승,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와 함께 고수익 품목인 의류 매출이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3분기 영업이익이 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가량 줄었다. 매출은 2% 감소한 7530억원을 기록했다.
올여름 더운 날씨가 9월까지 이어지며 가을·겨울 상품 판매가 부진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고정비 증가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따른 외국인 매출 회복 및 식음료(F&B) 등 집객성 높은 컨텐츠를 도입한 본점과 잠실점을 비롯한 대형점이 매출을 견인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3분기 영업이익(928억원)이 전년 대비 15%가량 감소하면서 11분기 연속 성장 달성이 불발됐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성장세를 기록한 바 있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0.9% 감소한 6043억원으로 전년 외형을 이어갔다.
식품과 생활 부문을 제외하고, 명품, 여성, 남성, 스포츠 등의 매출이 마이너스 성장한 영향이다.
회사 측은 “올 3분기 강남점 영패션 전문관 ‘뉴스트리트’ 개편과 경기점 아동·골프·영화관 재단장, ‘프리즈 서울’ 아트페어 참여 등 오프라인 공간 혁신과 콘텐츠 차별화를 시도했으나, 물가 상승과 연동된 관리비, 판촉비 등의 증가분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의 3분기 영업이익은 7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7%가량 감소하며, 3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줄었다. 다만, 매출은 5802억원으로 3.5% 증가해 3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패션, 식품, 리빙 상품군의 호조로 매출이 증가했으나, 압구정본점, 목동점, 더현대대구 등 일부 점포의 개편에 따른 비용 증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시장에선 코로나 기간 거품이 가장 컸던 백화점의 성장률이 지난 2분기부터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2019년 연평균 1%대에 불과했던 백화점의 성장률은 2021년 23%, 2022년 12%로 전례 없이 고성장했다.
특히 명품 매출이 줄며 이익 감소가 불가피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9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서 백화점 명품 매출은 3.5% 감소하며, 8월(-7.6%)에 이어 두 달 연속 역신장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전반적인 보복 소비를 이끈 채널은 백화점과 편의점이었지만, 올해는 전 채널에 걸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백화점 내 명품 수요가 둔화됐고, 고수익성 카테고리인 패션·잡화의 매출도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4분기에도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 반전은 어려울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이 같은 소비 침체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고소득층 소비는 견조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중산층 소비 여력 둔화로 유통업 전반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VIP(우수고객)향 매출 비중이 70% 이상 차지하는 백화점은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거란 전망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과 의류 업종의 실적부진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대형점의 비중이 큰 백화점의 내수 소비 위축 방어 가능성이 높다는 걸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백화점들은 트리스마스 등 4분기 연말 특수를 겨냥해 실적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주요 점포의 내·외관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성대하게 꾸며 모객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인천점, 수원점 등 점포 개편 효과를 바탕으로 4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 점포의 경우 기존점 매출 신장과 함께 지난 9월 베트남에 개점한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국내 핵심 점포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복합쇼핑몰 사업 활성화를 통해 실적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연말까지 온라인 선물하기 서비스인 ‘신백선물관’을 강화하고, 백화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는 등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확대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4분기 더현대서울 루이비통, 판교점 디올 등 명품을 보강하고, 본점에 고급 리빙관을 열어 성장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또 디즈니 공식 유통 매장인 ‘디즈니 스토어’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때 워낙 고성장했기에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면서 “판촉 활동을 강화하면 외형을 끌어올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외형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을 이어가자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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