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만의 귀향...결국 오대산 품에 안긴 조선왕조실록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3. 11. 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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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개관전

실록 75책·의궤 82책 ‘실물’ 보관

상당수 일본서 환수된 ‘국보’

중종실록 등 실록 9점·의궤 26점 전시

조선시대 교정부호 자료적 의미도

“원래 자리로 돌아와 가치 더 커”

9일 강원 평창군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열린 개관 언론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실록과 의궤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풍 잎을 하나씩 떨구고 있는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정수이자 한국의 유네스코 기록문화 1호인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오대산본이 돌아왔다. 1913년 일제에 강제 반출됐다가 2006년 돌아와서도 서울에 17년 동안 머물다 이제서야 원래 품에 안긴 것이다. 무려 110년만에 굴곡진 타향살이에 마침표를 찍고 귀향했다.

오대산 자락 월정사 입구에 세워진 문화재청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은 9일 개관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의미있는 새 출발을 알렸다. ‘국보’인 조선왕조실록 75책과 ‘보물’인 조선왕실의궤 82책이 서울 고궁박물관을 떠나 실록발물관으로 순차적으로 옮겨진다. 일반 개관을 사흘 앞두고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노명구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실록박물관은 실록의 원본을 상시로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박물관은 유물 1207여 점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수장고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실감형 영상관 등 다양한 공간들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지상 2층 건물로 총 면적은 3537㎡다.

전시실 2층에 마련된 개관전은 돌고 돌아 결국 고향에 돌아온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의 고단한 여정을 훑는다. 실록 9점과 의궤 26점을 전시했으며 앞으로도 실물을 교체하며 전시할 계획이다.

오대산 사고본은 임진왜란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1606년 세워진 오대산 사고(史庫)에 보관된 서적을 일컫는다. 시작부터 아픈 역사를 안고 있다. 임진왜란으로 실록과 같은 주요 서적을 보관하던 사고 3곳이 불타 없어지면서 조선 왕조는 급하게 실록을 보관할 ‘외사고(外史庫)’ 네 곳을 전국 깊은 산 속에 추가로 짓는다. 그중 하나가 오대산 사고다. 오대산은 물과 불, 바람이 침입하지 못하는 명당이자 적의 침입으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다. 조정은 월정사를 수호사찰로 두어 보안을 맡겼다.

실록의 수난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에 전국 4곳에 있던 외사고 서적이 모두 조선총독부로 이관되고 이 가운데 오대산 사고는 연구 목적으로 1913년 도쿄로 반출된다. 1923년 관동대지진으로 거의 대부분 소실됐다가 잔존본이 2006년 국내로 반환돼 국보로 지정됐다.

실록박물관에 이전된 실록은 성종실록과 중종실록, 선조실록, 효종실록이다. 이 중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은 최종 교정쇄본을 정본 대신 봉안한 유일한 사례다. 단어 첨삭과 띄워쓰기 등 조선시대 교정부호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박물관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의 정족산사고본 정본을 함께 전시해 실록편찬의 중간 과정을 살폈다.

오대산 사고본에는 1922년 일본에 반출됐다가 2011년 환수된 조선왕조의궤도 있다. 전시실에는 오대산 사고본 ‘철종국장도감의궤’ ‘대례의궤’ 등 유물을 통해 태조, 철종, 고종이 조선의 왕으로서 겪은 삶의 순간을 포착한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본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온다는 ‘환지본처’라는 말을 통해 그간 실록과 의궤 환수운동을 펼쳤고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있었던 자리로 돌아갈 때 가장 편안하고 그 의미와 가치가 빛난다”고 밝혔다. 박물관은 12일 일반 개관하며 입장료는 무료.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조선(1606년), 국보 <사진=문화재청>
12일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자락에서 개관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 <사진=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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