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직구 노리라는데, 선수는 체인지업에 '초강력 풀스윙'...LG 살린 천금 역전포, 무슨 사연이? [KS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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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가 죽다 살아났다.
LG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말 터진 박동원의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에 힙입어 5대4로 승리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직구에 타이밍을 잡으면, 체인지업이 들어와도 앞에서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사인을 줬는데 초구에 홈런이 나왔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감독 지시대로 직구를 생각했다는 것인데, 스윙은 그게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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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감독은 직구 치라고 했는데, 선수는 체인지업에 풀스윙...무슨 사연이?
LG 트윈스가 죽다 살아났다. LG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말 터진 박동원의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에 힙입어 5대4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맞췄다.
외국인 에이스 켈리를 내세우고 1차전을 패하며 위기에 빠진 LG. 2차전도 1회에만 4점을 먼저 내주며 암울했다. 선발 최원태가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내려가는 최악의 사태로, 상대에 2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90%의 기회를 내줄 뻔 했다.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과감한 불펜 야구로 더 이상의 실점을 틀어막았고, 타선이 야금야금 추격해 턱밑까지 따라가더니 8회 잠실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그림같은 홈런이 나왔다. 염 감독은 "1승 이상의 가치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재밌는 건 박동원의 홈런이 나오는 과정이다. LG는 8회 희생번트 작전으로 1사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염 감독은 타석에 들어서려던 박동원을 불렀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 손가락 2개를 펴 앞으로 찌르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를 본 '레전드' 박재홍 MBC 해설위원은 "직구를 노리라는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KT 투수 박영현이 직구 구위가 워낙 좋고 비율이 높기도 하고, 앞선 상황 좌타자들을 상대로는 체인지업으로 초구를 선택한 반면 우타자 오스틴에게는 직구 승부를 펼쳤던 부분을 눈여겨본 듯 했다. 이날 유독 박영현의 변화구 제구가 잘 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박동원은 초구 박영현의 체인지업을 완벽하게 받아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초강력 풀스윙. 직구 타이밍에 나온 스윙이 앞에서 걸린 것도 아니었다. 아예 그냥 변화구를 노린 듯한 모습이었다. 박영현의 공이 실투이기도 했지만, 노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강력한 타구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직구에 타이밍을 잡으면, 체인지업이 들어와도 앞에서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사인을 줬는데 초구에 홈런이 나왔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박동원은 염 감독의 지시를 그냥 무시해버렸던 것이었을까. 박동원은 경기 직후 "사실 노리던 공이 아니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그렇다면 감독 지시대로 직구를 생각했다는 것인데, 스윙은 그게 전혀 아니었다.
박동원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경기 하루 후 "타석에 들어서니 변화구가 올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어떤 특정 구종을 노린다기보다, 변화구(체인지업 아니면 슬라이더)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체인지업이 들어와 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의 직구를 치라는 제스처는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긴장되고, 많은 관중 속 흥분 상태에서 감독의 사인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게 결과론적으로 그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감독 사인을 봤든 못봤든 해피엔딩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더그아웃에서 격한 포옹을 나눴다. 감독들은 웨이팅 사인을 냈는데, 선수가 갑자기 배팅을 하면 "저..." 라는 얘기가 입밖으로 튀어나오다, 안타가 되면 박수를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법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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