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F 2023] “끝까지 가보자 설득 통했다”...호랑이에 올라탄 것 같다는 폐암 신약 렉라자 성공기

장윤서 기자 2023. 11. 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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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장 강연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장이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포럼(HIF 2023)’에 참석해 렉라자의 임상시험 과정을 소개했다. 임 본부장은 5가지 중요한 원칙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렉라자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조선비즈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을 수출해 개발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폐암 강자인 경쟁약(타그리소)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글로벌 임상 계획을 전략적으로 짰고 그 결과 렉라자의 가치가 입증되는 임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임효영 유한양행 임상의학본부장은 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1회 ‘헬스케어이노베이션 포럼(HIF)’에 강연자로 나서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낳은 결실이다. 회사는 지난 2015년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했다. 이 약을 들여온 당시엔 동물실험도 하지 않은 전임상 직전 초기 개발 단계 후보물질이었다.

유한양행은 이 후보물질의 가능성을 감지하고 전임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등을 거쳐 국산 31호 신약이라는 결실을 얻었다. 임 본부장은 “신약개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 차원에서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적극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바이오 벤처로부터 다양한 신약 후보군을 들여와 후보물질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다”며 “그 첫 결실이 지난 2021년 출시한 국산 첫 폐암신약으로 허가 받은 렉라자였다”고 했다. 렉라자는 출시 첫 해 200억원의 매출을 내면서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됐다.

임 본부장은 이날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공유했다. 임 본부장은 “얀센과 유한양행의 개발 전략은 미묘하게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가 충돌로 이어지지 않고 서로 다른 점을 살린 ‘윈윈(win-win)’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얀센은 당시 약을 도입하면서 현재 나와있는 제품을 대체할 만큼 ‘브레이크 스루’ 할 만한 임상 데이터가 나와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며 “‘패스트 팔로어(추격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이런 얀센의 조건에 대해 “일단 해보자, 가능하다고 했다”며 “얀센도 결국 우리의 말을 믿어줬고 ‘일단 해보자’는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렇게 결국 국산 신약이 전 세계에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기회를 열 글로벌 임상이 시작됐다. 임 본부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이때부터 우리 개발은 마치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 같았다. 얀센의 도움으로 전 세계 100여개 병원 등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임상이 개시됐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두 회사는 개발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사결정 요인 중 환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도모할 수 있는 임상 결과를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며 “유한양행과 얀센, 연구자, 의료진, 환자가 힘을 합쳐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개발에 나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폐암을 정복하려면 결국 환자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느냐를 입증할 지표가 필요하다. 이것은 과정이 아닌, 결과로서 입증하는 것이다. 임 본부장은 “임상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쉽다. 적합한 환자를 찾고, 의사 결정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환자 치료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마음으로 임상을 시작했다”고 했다.

실제로 렉라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달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는 조병철 신촌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폐암 1차 치료 효과를 담은 ‘마리포사’ 글로벌 임상 3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렉라자 병용요법은 무진행생존기간이 중앙값 기준으로 23.7개월, 타그리소만 썼을 때는16.6개월로 나타났다. 렉라자 병용요법이 타그리소만 썼을 때보다 질병이 진행하거나 사망할 위험을 30% 낮춘 것이다.

임 본부장은 “약 개발에서 늦은 때는 없으며 희망을 갖고 도전하는 이들이 좋은 결과를 만든다”며 “빨리 쫓아가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고 기존 패러다임을 바꿀 돌파구를 찾아야 승자가 된다”고 말했다.

임 본부장은 모든 신약 개발의 핵심에는 ‘환자’를 중심에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난치암 치료제 개발의 핵심에는 환자가 있다는 사실”이라며 “여기에 나 혼자만이 아닌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동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행사다. 올해는 ‘암 정복을 앞당기는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제약사와 인공지능 기업, 병원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암 치료와 예방, 관리 연구의 최신 동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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