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학전, 경영난으로 내년 문 닫는다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 /네이버 지도

대학로 소극장 공연 문화의 상징과 같은 학전블루 소극장이 33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내년 문을 닫게 됐다. 학전 관계자는 9일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가 겹치면서 내년에 문을 닫는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언제가 될 지 시기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작곡·작사하며 1970~1980년대 청년문화를 이끈 가수 김민기가 1991년 3월 15일 대학로에 문을 연 소극장. 하지만 공연 관객이 줄면서 경영난에 코로나 사태가 겹친 데다, 김민기 대표까지 위암 진단을 받으면서 문을 닫는 결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배움[學]의 밭[田]을 뜻하는 이름은 서울대 문리대가 대학로에 있던 시절 구내식당 이름에서 따왔다. 들국화, 노영심, 유재하, 김수철, 강산에, 동물원, 안치환 등이 이곳에서 관객들을 만나며 라이브 콘서트 문화 발원지가 됐다. 고(故) 김광석은 1991~1995년 학전에서 매년 콘서트를 열었고, 가수 생활 10년을 맞아 1000회 기념 공연도 열었다. 극장 마당에는 지금도 김광석의 모습을 동판으로 새긴 노래비가 있다.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성장해나간 못자리 같은 극장이었다.

2008년 1월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입구에 세워진 김광석 노래비 제막식에서 가수 박학기가 헌화하고 있다. /뉴시스

뮤지컬, 연극 등도 학전을 통해 커갔다. 1994년 초연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서울에 온 옌볜 처녀의 눈을 통해 본 20세기말 한국의 자화상을 담았다. 이후에도 한국적 정서를 이야기와 노랫말에 녹인 뮤지컬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 등이 학전에서 관객을 만났다.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비롯해 재즈 가수 나윤선 등이 학전에서 성장했다. 최근에는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 어린이극을 꾸준히 올렸다.

학전의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종로문화재단

학전에선 오는 10일 마지막 공연이 될 지도 모를 ‘지하철 1호선’이 개막한다. 공연은 다음 달 31일까지. 내년 1월에는 매년 열리는 ‘김광석 노래 부르기 대회’가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