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 역량’이 가른 게임사 성적표…“내년 신작러시로 승부”(종합)
핵심 IP 운영 전략에 희비, ‘P의거짓’ 네오위즈는 ‘선방’
엔씨 내달 7일 ‘TL’에 명운, “글로벌서 긍정적 반응”
넷마블 6종·카겜 10종 신작 준비중, 글로벌 겨냥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넥슨과 크래프톤(259960)만 웃었다.” 올 3분기 국내 게임 업계의 성적표는 핵심 지식재산(IP) 활용 역량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IP 경쟁력을 극대화한 넥슨과 크래프톤은 탄탄한 체력을 과시한 반면, 이외 게임사들은 신작 부재 영향을 버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넥슨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420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7%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913억원으로 23% 늘었다. ‘FC 온라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블루아카이브’ 등 PC·모바일 게임 성장세에 힘입어 자체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넥슨과 함께 ‘3N’(넥슨·엔씨·넷마블)로 꼽히는 엔씨와 넷마블은 3분기에 부진했다.
엔씨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231억원, 1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30%, 89% 감소했다. 신작이 부재한 상황에서 오래 전 출시된 ‘리니지W’ 등의 매출 하향세가 뚜렷해지면서 모바일 게임 부문 매출이 줄어서다.
넷마블도 신작 ‘세븐나이츠 키우기’가 최근 선방하고 있지만 3분기 흑자전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매출 1조8365억원, 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했다.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로 불리는 중견 게임사들도 명암이 엇갈렸다. 크래프톤은 장수 IP ‘배틀그라운드’ 시리즈가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1% 늘어난 18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42%(매출 4503억원)에 달했다.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영업이익 22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8% 감소했는데, 게임 부문 매출 부진은 물론 비게임 부문(-28%)의 실적이 모두 줄어든 게 원인으로 꼽힌다. 이외에는 콘솔게임 ‘P의 거짓’을 성공시킨 네오위즈(095660)는 전년 동기대비 286% 급증한 202억원을 기록하며 눈길을 끌었다.
결국 반등의 키는 신작 IP에 있다. 엔씨만 하더라도 다음달 7일 회사의 명운을 걸 ‘TL’을 출시한다. ‘포스트 리니지’ IP를 확보하고 시장을 국내가 아닌 글로벌로 확장시킨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신작이다. 내년 엔씨의 성적표는 ‘TL’의 성공 유무에 달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TL’의 글로벌 비공개 테스트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고 최근 열린 쇼케이스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기대감이 있다”며 “서구권에선 아마존(퍼블리셔)과 추가적인 이용자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넷마블도 내년 상반기에 ‘레이븐2’를 비롯해 ‘아스달 연대기:세 개의 세력’, ‘나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등 총 6종의 신작을 출시한다. 도기욱 넷마블 대표는 “신작들의 완성도를 더 강화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출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철저히 검증·준비 중”이라고 언급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내년 상반기 ‘가디스 오더’ 등 공격적인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우리의 주요 성장 전략은 국내외 IP 투자와 이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이라며 “내년 이후 준비 중인 신작 프로젝트가 10개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기존처럼 MMORPG 위주가 아닌 수집형 RPG, 액션, 루트슈터, 던전크롤러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들이 준비돼 있다. 더불어 콘솔 등 플랫폼 확장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모바일을 넘어 콘솔 플랫폼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서구권에서 호응을 얻을 만한 장르의 신작에도 도전하는 등 내년에 국내 게임사들의 도전이 더 다양하질 것”이라며 “엔씨의 ‘TL’ 등 K-게임 신작들이 글로벌 이용자층에게 잘 스며들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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