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덮친 '그 폐렴'에…"9세 남아 사망" 한국도 유행 조짐

박미주 기자 2023. 11. 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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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입원환자 증가세… "방역당국 선제 대책 마련해야"

중국에서 유행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한국에서도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감염 환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감염된 9살 남아가 감염 후 단기간 내 사망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의료계에선 의약품 수급을 포함한 선제적 치료 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쯤 9살 남자아이가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사망했다. 이 아이는 최초 병원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과 기관지염이 확인돼 입원 치료를 받다가 다음 날부터 빠른 속도로 상태가 악화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에도 증상이 나빠지며 기관지폐렴, 대엽성폐렴 진단을 받았고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10여일가량 치료받던 남아는 결국 운명을 달리했다. 게다가 아이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뿐 아니라 코로나19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에도 중복 감염된 상태였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보통의 면역상태를 지닌 경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뿐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에도 중복 감염되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면서도 "국내에서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의정부 튼튼어린이병원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중증 환자가 발생하는 등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중증도가 높은 마이코플라스마 환자들이 주로 입원하고 단순 감염 환자는 외래에서 대부분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표본감시에서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 환자가 증가세다. 질병청은 현재 병원급 218개 지정의료기관을 통해 감염병 표본감시를 하고 있는데 이 의료기관들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 수가 34주(8월20~26일)에는 43명이었는데 43주(10월22~28일)에는 113명으로 2.6배가량 증가했다. 43주 입원환자 수는 전년 동기 45명 대비 151.1% 늘어난 수준이다.

사진= 질병청

이와 관련 아동병원협회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협회는 "5~9세에서 많이 발생하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가 중국 등지에서 유행하고 있는데 국내도 조만간 유행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의약품 수급을 포함한 선제적 치료 대책을 조속히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최근 독감 환자의 급증으로 진료에 큰 애로를 겪고 있는데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까지 유행하면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은 또다시 '오픈런'과 '마감런'에 직면하게 됨은 물론 현재도 소아 필수약 수급불안정으로 치료에 지장이 많은데 이 현상이 더욱 심화돼 의료진과 환자, 환자 보호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유행이 시작되면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와 중복 감염이 발생할 수 있고 위중증으로 진행되는 수가 많다"고 경고했다.

또 "관계 당국이 이 질환에 투약되고 있는 마크로라이드계 항균제에 대한 재고 파악을 비롯해 수급대책을 당장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크로라이드계 항균제들은 원료 수입약으로 중국에서도 같은 원료 제품을 사용하는데 중국 유행 상황이 한국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돼서다.

최용재 회장은 "관계 당국이 필요하다면 아동병원협회에서 매주 환자 발병 현황을 파악해 제공하고 대책 수립에 일조하겠다"며 "관계 당국은 내성균에 사용되는 대체 약물 사용 허가 기준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질병청 관계자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병이 4년 혹은 4~7년 주기로 국내에서 유행하는데 신종감염병은 아니고 2019년 10월 말 670명까지 입원환자가 보고됐던 것과 비교하면 아직 증가세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바이러스만큼 위중도가 높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계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수급상황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항생제, 항균제 수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으로 연중 발생 가능하지만 4~7년 주기로 유행하고 주로 늦가을~초봄에 유행한다. 감염 초기 발열, 두통, 인후통이 나타나고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비슷해 자연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 중증으로 진행돼 폐렴 등을 유발할 수 있다. 환자의 기침이나 콧물 등 호흡기 분비물의 비말 전파 또는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어린이집, 학교 등 집단시설이나 같이 거주하는 가족 사이에서 전파가 쉽게 일어날 수 있어 예방수칙 준수가 중요하다. 태국에서는 지난해 12월 태국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44) 공주가 마이코플라스마 감염으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바 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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