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HMM 노조 “산은, 졸속 매각 중단해야…재계 30위권 아닌 체급 갖춘 회사가 나서야”
“동원·하림·LX 등 인수시 투자 위축될 것”
[마이데일리 = 구현주 기자] “현재 KDB산업은행이 진행 중인 HMM 지분 매각은 졸속매각이다. 재계 30위권 (동원·하림·LX) 기업이 아닌 체급을 갖춘 회사가 HMM을 인수해 글로벌 해운업황 침체에 대비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이재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9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사무금융 HMM지부와 HMM해원연합노동조합은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산은은 국내 대표 원양 국적선사 HMM 매각과 관련해 오는 23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동원산업, 하림·JK파트너스 컨소시엄, LX인터내셔널 등 3곳이 실사를 마쳤다.
이날 HMM 노조는 인수 후보 3사가 모두 현금 등 자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HMM은 현금성 자산이 12조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인수후보 3사 현금성 자산은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이재진 위원장은 “현재 해운업계는 운임지수가 떨어지는 등 글로벌 선두업체가 출혈경쟁을 시작했는데, HMM 현금성 자산을 미래사업동력으로 투자해야 마땅하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현 인수후보 3사가 HMM을 인수한다면 후에 오히려 현금성 자산으로 투자금 회수에 나설 것이다”고 우려했다.
또한 HMM노조는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전환사채가 지배구조를 불안하게 만들고, 이에 다른 기업이 인수를 꺼리고 있음을 지적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 1조7000억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진 위원장은 “현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2024년과 2025년 해당 전환사채 물량이 보통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해진공은 다시 HMM 지분 32.8%를 가진다”며 “여기에 신용보증기금과 국민연금 보유 지분을 합치면, 정부가 대주주로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산은과 해진공은 보유한 HMM 전환사채 1조원을 주식으로 전환했다. 주식 전환에 따라 산은과 해진공 지분율은 기존 40.6%에서 57.9%로 높아진다.
이기호 사무금융노조 HMM 지부장은 “해운업은 에너지, 식량, 수출입 등 국가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최종 입찰 2주를 앞두고 졸속 매각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않도록 노사정 재계 합의체를 구성하고 나아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동원그룹은 현금성자산(6000억원)과 별개로 유동화 자산을 토대로 HMM을 인수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산업은행은 “지난 7월 매각 개시 당시 발표한 것처럼 잔여 영구채는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전환 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 하에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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