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가자지구 통치는 팔레스타인인이 주도해야”…자치정부 무능함에 회의론
NYT “자치정부, 미약한 권력 보유” 지적
미국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거점으로 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 통치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안보를 무기한 책임지겠다며 군대 장기 주둔을 시사한 이스라엘에 ‘두 국가 해법’ 원칙을 재확인시켰다는 데 의의가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여전히 회의론이 제기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8일 밤 일본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가자지구는 하마스에 의해 운영돼선 안 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거버넌스(통치체제)에서 팔레스타인인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후 가자지구 통치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목소리와 열망이 반영돼야 한다”며 “여기엔 팔레스타인이 주도하는 정부, 자치정부 산하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통일된 가자지구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자치정부가 통치권을 갖고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정치적으로 통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블링컨 장관의 이날 발언이 앞서 “전쟁 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해 무기한으로 전반적인 안보 책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미국의소리(VOA)는 “가자지구 재점령은 안 된다는 경고를 이스라엘에 재차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자치정부가 현재 서안지구 통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서안지구에서 자치정부는 미약한 권력을 보유했을 뿐이며, 특히 아바스 수반은 인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바스 수반을 부패한 정치인으로 여기며 평화 회담을 통해 팔레스타인 독립을 쟁취하려는 그의 시도가 실패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과거 유엔에서 팔레스타인 특별보고관으로 활동했던 마이클 링크도 이날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에 들어오기 위해선 어려운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히 가자지구의 안정감을 찾고 관리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위한 첫 단계로 여길 것인지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장악할 시 예상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앞잡이’라는 비판을 아바스 총리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링크 전 보고관은 “이스라엘의 총검을 등에 업고 가자지구의 행정을 통치하는 모습을 자치정부는 매우 꺼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통치권에 대한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가 무너지면 이스라엘은 영토 통치에 대한 책임을 미국과 유럽연합(EU), 이슬람 다수 국가를 포함한 국제연합, 또는 가자지구 정치 지도자들에게 넘기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방이 가자지구 통치권을 보유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하마스를 격퇴한다고 하더라도 이슬라믹지하드(PIJ) 등 다른 무장단체 활동을 모두 제어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WSJ에 따르면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과도통치 개입을 제안했지만 테러 위험 등을 이유로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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