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플레이션 우려 여전…소비자물가 3개월만에 다시 마이너스

중국 월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파란선에 전년 동월 대비). 중국 국가통계국 홈페이지 캡처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개월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중국 경제가 불균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생산자물가지수(PPI)도 1년 넘게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0월 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하락했다고 9일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시장 전망치(-0.1%)보다 큰 폭의 하락세다. 중국 CPI 상승률은 올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7월에 -0.3%로 2년5개월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8월(0.1%)에 플러스로 반등했다. 그러나 9월에 0%로 보합세로 돌아선 후 이번에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CPI 하락에는 돼지고기 가격 변동이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의 물가 변동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비식품 물가는 0.7% 올랐으나 식품 물가가 4.0% 떨어졌고, 이 가운데 돼지고기 가격 하락 폭이 30.1%로 가장 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말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풀린 후 돼지고기 생산자들이 수요 급증에 대비해 공급을 늘렸지만 소비 반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소비자 물가 하락에 대해 “10월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 날씨가 맑고 농산물 공급이 전반적으로 충분했으며, 국경절 연휴 이후 소비 수요가 감소하면서 신석식품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하락해 전달(-2.5%)보다 하락폭이 더 커졌다. 중국 PPI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째 줄곧 마이너스 상태에 있으며, 지난 6월 -5.4%로 저점을 찍은 뒤 조금씩 낙폭을 줄여왔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중국이 현재 디플레이션과의 싸움 초입에 놓여있으며 장기적인 물가 하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브루스 팡 존스랭라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물가 데이터는 수요 약세 속에서 계속해서 디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중국 정책 입안자들에게 여전한 도전 과제임을 보여준다”면서 “기업 신뢰와 가계 지출을 위협할 수 있는 요인들을 막기 위한 적절한 정책과 더 많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