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징 심포지엄]“메모리 의존 벗어나 후공정 악순환 끊어야...해외 공략 시급”

박종진 2023. 11. 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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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첨단 패키징 전쟁 시대를 맞이했다. 반도체 회로 미세화 전환이 점점 느려지면서 2년마다 트랜지스터 집적도가 2배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흔들리고 있다.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이자 무어의 법칙을 이어나갈 전략으로 '첨단 패키징'이 급부상한 배경이다. 기업 뿐 아니라 각 국가마다 첨단 패키징 산업 투자와 발전 전략을 수립하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이에 국내 반도체 패키징 대표 산·학 단체인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이 첨단 패키징 기술 대응 전략과 생태계 조성 방법을 모색하는 전문가 교류·협력의 장을 마련했다. 올해 처음 개최된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심포지엄'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대표 기업이 참여, 첨단 패키징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생존법을 제시했다. 첨단 패키징 산업 발전을 위한 업계 자구책뿐만 아니라 정책 제언도 이뤄졌다.

포럼 의장인 이혁재 대한전자공학회장은 “심포지엄은 첨단 패키징 최신 동향과 당면과제, 미래 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자리”라며 “업계 간 네트워킹 및 협력 기회를 발판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용필 산업통상자원부 첨단산업정책관(국장)은 “심포지엄으로 반도체 업계 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도 산학연과 교류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은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 구성 단체인 대한전자공학회,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전자신문이 공동 주최했다.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대한전자공학회·전자신문·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한국반도체산업협회) 주최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심포지엄'이 8일 서울 강남구 SC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김민수기자mskim@etnews.com

글로벌 반도체 첨단 패키징 경쟁을 대비, 메모리 중심 패키징 산업 구조를 탈피해야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시장도 국내에 한정 짓지 말고 글로벌 기업과 협업,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8일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포럼 주최로 열린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심포지엄'에서 반도체 산·학·연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후공정(OSAT) 업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의존해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정부의 밀착 지원과 산학연의 기술 역량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심포지엄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박용철 성균관대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낸드플래시 자체(인하우스) 패키징을 포함하면 한국 패키징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약 11%, 메모리를 제외하면 4% 수준 밖에 안된다”며 “더 이상 메모리에 의존하지 말고 로직·디바이스 등 시스템 반도체에 초점을 맞추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다른 고객사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국내 패키징 산업은 메모리 시장 회복과 침체를 반복하는 반도체 사이클을 고려 했을 때 매출과 이익이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최근 메모리 경기 침체(다운턴)에 따른 경영난 악화는 더욱 심하다. 여유 자금이 부족한 패키징 업계는 기술과 설비 투자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만드는 요인이 된다.

국내 OSAT 기업 중 세계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메모리에 편중된 산업 구조 탓이 크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5개 OSAT 기업이 세계 시장의 약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기준 대만 ASE가 26.5%, 미국 앰코가 15.7%, 중국 JCET가 10.9%, 대만 파워테크가 6.9%, 중국 통푸가 6.1%를 각각 점유했다. 66.1%를 대만·중국·미국의 5개 기업이 나눠가진 것이다. 대만이 TSMC를 필두로한 시스템 반도체 패키징 역량을 키워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같은 규모와 기술 격차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마저 해외 OSAT 기업에 첨단 패키징 물량을 맡기는 악순환을 야기했다.

'반도체 패키징 발전전략 심포지엄'이 8일 서울 강남구 SC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좌장을 맡은 박용철 성균관대 교수 주재로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김민수기자mskim@etnews.com

전문가들은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첨단 패키징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찾기 위한 생존법은 결국 첨단 패키징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2021년 기준 전통 패키징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6%로 첨단 패키징(44.4% 점유)보다 높지만 인건비와 부가가치를 생각했을 때 더이상 우리나라에 적합한 산업은 아니다. 반면 첨단 패키징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27년 전체 시장의 53.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신성장 동력이자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첨단 패키징도 TSMC와 인텔, 앰코, 어드밴스드 세미컨덕터 엔지니어링, SPIL, JCET 등 해외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제조 생태계 주체들이 협력하면 빠른 추격이 가능한 분야로 지목된다.

박세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수석연구원은 “LG이노텍과 대덕전자가 제시한 대면적 인터포저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은 빨리 준비하면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라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첨단 패키징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응용처인 모바일을 선제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 고객 발굴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글로벌 협력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정부의 일관되고 장기적인 정책 지원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산학연 전문가는 의견을 같이 했다.

유봉영 한양대 교수는 “TSMC와 인텔이 'CoWoS' '포베로스' 등 패키징 기술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이는 전례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적으로 패키징 기술 차별성을 강조하고 배타적으로 활용하려는 포석”이라며 “우리 기업도 해외 기업 및 기관과 협업, 국제 규격을 만드는 데 전문성을 갖고 참여해야 첨단 패키징 기술을 발전 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규진 심텍 상무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가더라도 설비와 소재가 뒷받침 안되면 발전은 어렵다”며 “중견·중소기업이 특정 나노 공정을 경험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고 고성능 컴퓨팅(HPC)·차량용 반도체에서도 인쇄회로기판(PCB)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관련 기술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장 수요에 맞춘 패키징 전문 인력 양성도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주범 성균관대 차세대 반도체 소부장 및 패키지 혁신융합대학 사업단 팀장은 “산학연과 지자체가 힙을 합쳐 만든 반도체 소부장 혁신융합대학 사업단은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현장과 학교 전문가 2명이 함께 교과목을 운영하거나 기업 요구사항을 반영한 프로젝트, 학교별 특장점에 기반한 교육 등이 방법”이라고 전했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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