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 손배책임 첫 인정

최기철 2023. 11. 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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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가 유독한 살균제 성분으로 건강을 손상 당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서 제조·판매사의 불법행위책임을 적극 인정한 판결이어서 유사 사건에서도 같은 판결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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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균제 피해자, 옥시 등 상대 소송서 일부승소 확정
"PHMG 사용 '설계상 결함·안전 표시상' 결함 인정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사가 유독한 살균제 성분으로 건강을 손상 당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에서 제조·판매사의 불법행위책임을 적극 인정한 판결이어서 유사 사건에서도 같은 판결이 이어질 전망이다.

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소속 회원들이 2022년 4월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옥시RB 본사 앞에서 옥시RB 규탄 기자회견 전 피켓을 붙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모씨가 제조·판매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납품업체인 한빛화학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에 PHMG 성분을 사용한 설계상의 결함과 그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문구를 표기한 표시상의 결함이 있고, 그로 인해 원고가 신체에 손상을 입었다고 보아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피고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2007년 11월부터 옥시가 만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던 김씨는 2010년 5월 원인 모를 간질성 폐질환 등을 진단받고 계속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했다. 김씨는 2011년 4월까지 옥시 제품을 사용했는데, 질병 원인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이후 이른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발한 뒤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김씨의 폐질환과 옥시 제품간 인과관계를 조사했지만 그 가능성이 낮다며 2014년 3월 '3단계' 판정을 내렸다. 이에 김씨가 자신의 질환은 가습기살균제 설계와 제품 표시상 결함 때문에 발병했다며 두 회사를 상대로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김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옥시와 한빛화학은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정상적 용법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오다가 기침 증상과 함께 페손상 진단을 받았고, 살균제 주요성분인 PHMG는 독성학적 성상 때문에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진단되거나 섬유화가 함께 진행해 폐가 전체적으로 굳어져 치료 등에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하는 점, 강한 기도저항으로 폐포가 찢어지면서 공기가 새어나와 폐기종, 피하기종 등이 함께 발생하고 이를 원인으로 말단기관지 부위를 중심으로 섬유화학 소견이 남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원고의 피해는 가습기 살균제 노출과의 의학적 개연성, 시간적 선후관계, 중증인 건강피해의 지속이라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위한특별법' 시행령 32조가 정한 구제급여 상당지원 인정기준이 충족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들은 PHMG가 흡입독성 여부에 대해 안전하다고 판단받지 않은 물질인데도 가습기슬균제 용기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취지의 문구를 표기해 원고를 비롯한 사용자들로 하여금 안전예방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를 하게 했다"며 "그러나 오히려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는 가습기살균제 주요성분인 PHMG가 폐손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같이 가습기살균제에 일응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추단할 수 있고 원고는 살균제를 정상적 용법으로 사용했는데도 신체 손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되는 반면, 피고들은 원고 손해가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피고들은 가습기살균제의 설계 및 표시상 결함으로 인해 신체 손상을 입은 원고에게 손해를 연대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김씨는 배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옥시와 한빛화학은 불법행위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각각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원고가 '가능성 낮음'(3단계) 판정을 받은 질병관리본부 조사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말단기관지 부위 중심 폐질환 가능성을 판정한 것일 뿐이고, 손해배상소송에서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그로 인한 질환의 발생·악화에 관한 인과관계 유무 판단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의 구체적인 증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전제로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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