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쓴 자원 다시 보자? "버려진 유전서 귀한 리튬 뽑아낸다"는 캐나다 앨버타주
자원 풍부한 반면 인구 적어…투자로 이주민 유인
"포스코, 캐나다에 엔드투엔드 광물회사 설립 검토"
릭 크리스치안스 캐나다 앨버타주 투자청장(CEO)은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캐나다의 여러 주(州) 가운데 앨버타주는 광물 사업 후발 주자이지만 그 덕분에 채굴 시 그린(친환경)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며 "앨버타주의 일조량은 이집트보다 많고 풍력 에너지가 풍부해 기업들이 친환경 시설을 짓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광물을 캐낼 때 탄소 배출을 줄이는 기술을 쓰고 지질학적으로 탄소포집이 유리하다는 점도 투자 기업에는 이점이다.
그는 이날 서울 정동 캐나다대사관에서 포스코홀딩스와 유전(油田) 염수에서 리튬을 확보하는 사업과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맺기 위해 방한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광물 자원을 중국에 의존했는데 국내 기업이 앨버타주와 손잡으며 공급선을 다각화하게 된 것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리튬을 비롯해 이 주에 묻혀 있는 스물아홉 가지 광물을 개발할 전망이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10810080003231)
크리스치안스 청장이 어제는 캐나다 오타와, 오늘은 서울, 내일은 도쿄로 다니며 투자 유치를 하는 배경에는 풍부한 자원과 달리 인구가 450만 명에 불과해서다. 그는 "자원은 풍부하지만 사람이 많지 않다"며 "(여러 투자 유치 덕분에) 한국 교민 등 이주민이 늘고 있어 수년 내 인구가 두 배로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나다 앨버타주 투자청(IAC)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약 200억 달러(26조2,8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2만7,000여 개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한다.
포스코와 MOU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주 정부 입장에서 광업권을 빌려주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의 더 중요한 일들(고용과 이주민 유입)이 생기는 것"이라며 "(산업의 모든 과정이) 파편화된 세계에서 매우 창의적 접근"이라고 환영했다.
포스코, 캐나다 리튬 채굴·가공·생산·운송까지 검토
앨버타주는 캐나다의 석유·셰일가스 산업을 이끄는 주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대 수준의 유전 염수 리튬 매장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 염수는 리튬 함유량이 다른 염수 자원과 비교해 다소 낮은 편이지만 미국과 캐나다 등에 대규모 매장된 것으로 보고돼 새로운 리튬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곳에선 여러 기업들이 폐(閉) 유전에 매장된 유전 염수에서 직접리튬추출법(DLE)을 활용해 리튬을 생산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듯, 한 번 쓴 자원을 재활용하는 셈이다. 이미 석유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이곳 광산에선 리튬 개발이 용이한 광구를 찾는 것이 비교적 쉽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제철 사업에서 이차전지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중인 포스코홀딩스는 앨버타주와 손잡고 리튬 채굴부터 가공, 판매, 운송까지 한곳에서 한 번에 하는 회사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크리스치안스 청장은 "포스코홀딩스와 광산에서 채굴부터 운송까지 하는 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며 "앨버타주에 외국 기업이 회사를 설립하고 엔드투엔드(End to End) 사업을 펴는 건 포스코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여러 기업들은 자원이 풍부한 북미 지역에서 채굴한 자원을 아시아로 옮겨와 처리 과정을 거친 뒤 다시 수출했는데 현지에서 모든 과정을 마무리하는 방식은 최초라는 것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이 포드 등 해외 완성차 업체와 합작공장(EV) 설립 및 가동 시기를 늦추는 등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해서도 그는 "석유가 배럴당 100달러일 때는 물론 팬데믹으로 마이너스 10달러인 시절을 거쳤다"며 "모든 산업의 업 앤드 다운(기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화에 따라 투자 계획이 달라지는 회사가 아니라 포스코처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진 회사들과 협력하는 것이 IAC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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