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대첩' 제작진이 직접 답했다…"16, 17세기 한복 실루엣 제안해"
'혼례대첩' 매주 월, 화요일 오후 9시 45분 방송
[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베테랑 전문가들도 고심해서 만든 '혼례대첩' 한복과 세트 제작기가 공개됐다.
KBS2 월화드라마 '혼례대첩'(각본 하수진, 연출 황승기) 제작진은 9일 의상과 미술을 책임지고 있는 조상경 의상 감독과 하지희 미술 감독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혼례대첩'은 조선 시대 청상부마와 청상과부가 만나 원녀와 광부의 '혼례 대작전'을 펼치는 고군분투 중매 코믹 멜로 드라마로, 배우 로운과 조이현의 열연에 더불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공간들의 아름다움 및 사소한 부분에도 고증을 신경 쓴 부분에 대해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이에 의상과 미술을 책임지고 있는 조상경 의상 감독과 하지희 미술 감독이 서면 인터뷰를 통해 '혼례대첩' 속 궁금했던 한복과 세트 제작기에 대해 직접 답했다.
조상경 의상 감독은 '혼례대첩' 의상을 작업하기에 앞서 "내용을 분석하고 콘셉트를 짜면서 감독님께 조선왕조 500여 년 동안 한복이 얼마나 다채롭고 계속 변화됐는지 설명하고 16, 17세기의 한복 실루엣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어 "로맨스를 다루는 이야기의 성격상 제인오스틴의 소설 속 인물들, 한국 풍속화의 인물들, 한국의 식물 사전에 나온 그림들까지 참고하면서 캐스팅된 배우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의상을 찾아가며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조상경 의상 감독은 한복에 심정우(로운 분)와 정순덕(조이현)의 캐릭터를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심정우의 긴 소매 두루마기를 두고 "소맷자락이 길어서 배우가 연기하기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올곧게 표현된 심정우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부분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정순덕은 여주댁 행세를 하느라 복장이 계속 변한다. 이에 대해 조상경 의상 감독은 "여주댁의 치마가 홑겹으로 돼 있는 건 배우의 움직임을 위한 것이지만 조선 사대부가 여인들의 치마가 끌려서 앞 주름을 잡은 '거들치마'를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고 말해 당시 사대부 여인들의 복식을 연구하고 이를 이중생활 중인 정순덕의 의상에 투영했음을 털어놨다.
SNS에서 화제를 모은 티저 포스터 속 실제 갓과 풍잠 등과 관련해 조상경 의상 감독은 "가능한 장인분들의 작품을 사용하고 싶었다. 박창영 선생님의 갓으로 제작 기간도 오래 걸렸고 제작 비용도 많이 들었지만 알아봐 주시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여인들의 당저고리, 관복에 사용된 흉배, 왕의 융복에 쓴 전립, 속바지 등 당대의 복식 양식을 맞추기 위해 소소한 소품을 새롭게 준비했다. 하지만 이전 다른 사극 작품들에 참여했을 때 고증에 신경을 써 제작한 부분을 오히려 보시는 분들이 생경하다 느끼기도 해서 사극 의상을 맡을 때마다 이 점을 더욱 신경 쓰며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혼례대첩'의 특색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낸 하지희 미술 감독은 '경운재' 공간 제작을 두고 "청상부마 심정우가 8년이란 시간을 지내 온 고독한 공간이자 부마란 지위에 걸맞은 위용과 품격을 지녀야 하므로, 한옥 본연의 건축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제작했다"며 "현존하는 99칸 고택을 보더라도 실제 대청마루나 방은 매우 작다. 그러나 심정우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선 높은 층고와 위엄 있는 지붕 구조와 풍류를 즐기기 위한 누마루가 필요했고 이에 한옥 건축방식을 기본 토대로 하되 다양한 극 중 공간의 쓰임새에 맞게 한옥을 재해석해 '경운재'를 제작했다"고 소개했다.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전주 박계호 선자장이 만든 정우의 부채나 '마님의 사생활'과 같은 서책 소품 등의 준비 과정도 공개됐다. 하지희 미술 감독은 "심정우의 신장이 여타 배우들보다 매우 크고 왕족이라는 신분으로 미루어 볼 때 인물이 갖고 다니는 부채 또한 평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전주의 대표적인 장인께서 손수 만드신 작품이라 부채의 품질은 더할 나위 없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극 중 심정우와 정순덕은 '마님의 사생활' 서책을 통해 처음 얽히기 시작한다. 이 서책은 일일이 미술팀에서 손수 제작한 것이다. 하지희 미술 감독은 "서책 내용은 보조 작가님께 전달받은 뒤 서예 작가분께 별도 의뢰해 한 글자씩 써 내려갔다. 대하사극만 30년 하셨던 소품팀 선배님들의 노고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책이 '마님의 사생활'이다. 이 밖에도 '경운재' 서재에 있는 수십 권의 서책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간혹 낡은 느낌을 내기 위해 커피를 부어가며 에이징 작업도 한다. 전체적인 공간의 톤, 색감, 규모와 작게는 주변에 놓인 소품까지 허투루 한 건 하나도 없다. 미술팀 수십 명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했으니, 재미있는 스토리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화면 속 공간을 한 번씩만 훑어봐 주신다면 미술 스태프로서 더 큰 보람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복과 소품, 세트장까지 높은 고증으로 화제가 된 '혼례대첩' 5회는 13일 오후 9시 45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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