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우진 "가정 꾸리고 싶다…인생의 궁극적 목표"

박정선 기자 2023. 11. 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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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우진. 사진=넷플릭스
정신병동에 찾아온 아침 같은 배우 연우진(39)이다.

연우진은 지난 3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대장항문외과 의사 동고윤 역으로 활약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영화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과 드라마 '힙하게', '눈이 부시게'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연우진은 명신대병원 대장항문외과 펠로우동고윤은 연기했다. 동고윤은 무엇이든 꽂히면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과 설명하기 힘든 엉뚱함까지 갖춘 대장항문외과 의사다. 명신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간호사 정다은 역의 박보영, 다은의 가장 가까운 절친 송유찬 역 장동윤과 호흡을 맞췄다.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 '7일의 왕비' 등 멜로에서 두각을 보여온 연우진은 이번 작품에서 다시 한번 특기를 발휘했다. 정신병동을 배경으로 한 서사에 달달한멜로 한 스푼을 첨가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무거운 정신병동에 따뜻하게 찾아온 아침 같은 활약을 펼쳤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작품을 공개한 소감이 궁금하다.
"넷플릭스 작품은 처음이다. 영화는 시사회로 먼저 접하기도 하고, 완성본을 알고 보는데, 넷플릭스는 처음이어서 공개되자마자 시청자 분들과 빨리 호흡하려고 했다. 펑펑 울면서 봤다. 근데 끊을 수가 없더라."

-어떤 내용을 보고 울었나.
"대충 내용을 알고 있으니 그게 제 감정을 건드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라포가 쌓였다고 하지 않나. 배우들 얼굴만 봐도 울컥했다. 내용이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울컥하더라. '나도 마음에 문제가 있나'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7부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를 할 때 조금 더 감정이 와닿았다."

-손이 크고 손마디를 꺾는 강박을 가진 항문외과 의사를 연기했는데.
"손을 평상시에도 많이 꺾는다. 손은 좀 작다. 남자 손 같지 않다. 손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루 한 신 찍는 날에도 손이 보이기 시작하면 분장을 해야 했다. 한 시간반 정도 분장을 했다. 모션에 맞게끔 손동작을해야 했다. 은근히 계산적인 연기를 많이 했다. 분장이 망가지면 안 되니까."

-출연자가 아닌 시청자 연우진으로써 어떤 대목이 가장 와 닿았나.
"연기자 연우진과 인간 연우진으로서 나름대로 분리를 잘하고 살고 있다. 연기 자체를 일로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역할에 몰입해야 해' '메소드 연기를해야 해'라며 자책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못한다는 걸 인정한다. 잘하면 칭찬도 해준다. 그렇다보니 사생활과 연기가 분리돼 있다. 가져갈 건 가져가고 버릴 건 빨리 버린다. 그게 앞으로도 해나갈 수 있는 동력이다. 그 중심엔 삶이 있다. 나름 정신적으로서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꼽자면, 유찬이 에피소드가 마음에 와닿았다. 나름의 책임감과 압박감을 받는 스타일이긴 하다. 마흔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내 자신을 돌봐야겠다'다."
배우 연우진. 사진=넷플릭스

-그렇다면 자신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독립하고 싶다.(웃음) 혼자 살고 싶다. 대학 때 자취하고 했지만, 지금은 가족과 산다. 내 자신을 위해서 독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 드라마 촬영이 끝나자마자 미국 여행을 혼자 다녀오기도 했다."

-혼자 살고 싶다면, 결혼 생각은.
"가정을 꾸리고 싶다. 그게 궁극적인 목표일 수도 있다. 연기를 잘하겠다는 건 작은 목표인 것 같다. 소소하게 연기는 내 일이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조금 든다. 언제 가정을 꾸리게 될지 정해진 시간을 잘 모르니까. 얼마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래서 혼자 살고 싶다."

-독립하고 싶은 이유는.
"부모님과는 친구 같이 잘 지낸다. 이미지가 스위트한데, 가족들에게는 그러지 못했다.(웃음) 아들 이상으로서 참견하는 부분도 있고, 엄마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는 걸 수도 있겠다. 하하하. 적절한 시기에 독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항문외과 의사 연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찾아보니까 항문외과의사분들이 진료를 하다가 민망한 상황과 부딪힌다고 하더라. 민망한 상황 속에서도 웃지 않고 환자를 위할 수 있는 마음을 잡으려고 했다. 민망하고 웃긴 상황이 보이겠지만, 최대한 의사답게 환자를 인간적인 마음으로 대하자고 생각했다. 집에서 인형으로 동작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항문외과 의사 이름이 동고윤이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하다가 보니, 누가 말을 해주시더라. 이름을 붙여서 이야기하면 그런 뉘앙스가 있다고. 나중에 알았다. 캐릭터가 느껴지더라. 괴짜 같음 면과 집요함을 살리려고 했다. 오히려 동고윤이란 이름을 듣고 파마를 했다. 동글동글한 이미지가 생각나서다."

-박보영과의 호흡은 어땠나.
"'천사가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정다은이란 캐릭터가 정말 힘든 캐릭터다. 중간중간 박보영과 친해지고 싶어서 다가갔는데, 힘들어서 복도에 앉아있는 모습을 봤다. 감히 다가갈 수 없더라. 박보영이 편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6개월 촬영을 하며 다양한 시간을 보냈는데, 힘든 와중에도 산타 복장을 하고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추석 때는 음식을 포장해왔더라."

-박보영이 그렇게 해줬다면, 연우진의 역할은.
"제가 정말 호응을 잘해줬다.(웃음) 식사도 같이하면서 호응을 많이 했다. 박보영이 더 선배인데 저를 선배라고 부른다. 그게 편한가 보다. '편하게 하세요'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는데."

배우 연우진. 사진=넷플릭스
-무거운 극인데 유쾌한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저 같은 경우는 다음 작품을 하기 전 개인적인 시간을 잘 보내야만 한다. 주변 동료들을 보면 너무 유쾌하고 좋은 분들이 많은데, 그런 에너지를 쉴 때 받으려고 한다. 이 팀 또한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이 분들만 따라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현장엔 정말 착한 사람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밝은 에너지가 나왔다. 현장에서 많이 시간을 보내려고 했다. 제 촬영이 끝나도 기다리고 식사도 같이 하고. 어느 현장보다도 그런 시간을 많이 보냈다."

-악인이 없는 드라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 우리 드라마에서는 그걸 떠나서 착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의 따뜻함이 주로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건 연출의 시선인 것 같다. 동화적인 판타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비현실적이지만 악인 없이 드러나는 사람의 순수함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완성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서른아홉인데, 꿈꾸는 40대는 어떤 모습인가.
"일을 잘했으면 좋겠다. 무탈한 게 좋은 것 같다. 나름의 연기 생활을 하다 보니, 제 자신을 사랑하면서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마음이 유지됐으면 좋겠다. 저를 열렬히 사랑했으면 좋겠다. 우울하지 않도록 주변 사람들을 챙기기도 했으면 좋겠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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