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빠진 호랑이 같은데”…중국 반도체, 美제재 어디까지 뚫을까
바이두에 AI용 공급...엔비디아 대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술엔 근접 못해
로이터통신은 지난 7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두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의 대안으로 화웨이 AI 반도체 어센드910B 1600개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AI 학습용 서버 200개를 구축할 수 있는 물량이다. 미국 규제로 엔비디아의 첨단 AI반도체를 공급받기 어려워지자 자국 기업 화웨이에 AI 반도체를 주문한 것이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자 첨단 반도체를 국산화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더욱이 중국 반도체 기업들 사이 첨단 반도체 제품 개발과 생산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는 상황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두가 화웨이에 주문한 AI용 반도체 총액은 4억5000만위안(약 805억원)이다. 화웨이는 주문 물량의 60% 이상 납품을 이미 마쳤다.
바이두는 생성형 AI 개발을 위해 화웨이 반도체를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두는 그 동안 대형언어모델(LLM) 훈련을 위해 엔비디아의 A100에 의존해왔다.
바이두의 주문 물량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에 주문해 왔던 수천개의 물량과 비교하면 적은 양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어떻게 낮추고 있는지를 보여줘 의미가 있다. 바이두가 화웨이의 고객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바이두가 화웨이에 AI용 반도체를 대량 주문한 것과 관련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쏟아 붓고 외국 기술 대신 본토 기술을 활용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규제로 인해 화웨이가 9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에서 확장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9월엔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SMIC가 7나노(nm·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이용한 스마트폰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의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해 전세계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10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으로 여겨지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수입이 미국의 제재로 막혀 있는 상황에서 7나노 공정에 성공해서다.
현재까지 7나노급 반도체 양산에 성공한 곳은 삼성전자와 TSMC(대만), 인텔(미국) 정도다. SMIC가 7나노 양산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세계 4위 수준의 반도체 생산 기술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대중 첨단 기술 수출 제한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겠다는 미국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중국 본토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쏟아 붓고 외국 기술 대신 본토 기술을 활용하도록 촉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규제로 인해 화웨이가 9조원 규모의 중국 시장에서 확장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도 “현재 (미국 규제로) 이가 빠진 중국이 잇몸으로 씹어먹고 있는 형국”이라며 “문제는 이같은 규제가 되려 중국 내 반도체 기업들을 똘똘 뭉치게 해 미국 기업들 영업력만 깎아먹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개발하는 첨단 제품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중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가 주를 이루는 반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에 주력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현재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엎고 제품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그와 같은 보조금이 없다면 수율을 맞추기 어렵고, 미국 제재 속 글로벌 공급망을 뚫기란 더더욱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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