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받습니다"…대형 제약사마저 구조조정 '삭풍'

송연주 기자 2023. 11. 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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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매출 상위의 일부 제약기업이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실적 부진 속 경영효율화가 목적인데, 그동안 인력 감축에 보수적이던 국내 전통 제약기업의 급변화라 추후 '조직 슬림화' 현상이 확산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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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일동 등 상위사 인력감축
경영 효율화·조직 슬림화가 목적
업계전반 조직개편 확산 우려도
[서울=뉴시스] GC녹십자는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 통폐합으로 전체 조직 중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사진은 GC녹십자 연구개발 모습.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올해 들어 매출 상위의 일부 제약기업이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실적 부진 속 경영효율화가 목적인데, 그동안 인력 감축에 보수적이던 국내 전통 제약기업의 급변화라 추후 '조직 슬림화' 현상이 확산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백신 명가'로 불리는 GC녹십자는 인력 구조조정 및 조직 통폐합으로 전체 조직 중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상시 퇴직 제도도 시행한다. 상시 퇴직 제도는 희망퇴직 형태로 시행돼, 최근 임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사가 대대적인 희망퇴직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희망퇴직을 원하는 20년 이상 재직자는 1년 치 급여를, 20년 미만 재직자는 6개월 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조직 통폐합에 따른 조직 감축 목표는 10% 수준이다. 전체 팀 수를 지금보다 10% 가량 줄이는 목표다.

이번 개편은 조직 슬림화를 위한 것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글로벌 경기 위축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조직이나 중복된 팀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앞서 일동제약도 올해 5월 업계에서 이례적으로 구조조정을 공식화하며 인력 감축을 포함한 고강도 경영쇄신에 착수했다.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의 임원 20% 이상을 감원하고, 남아있는 임원의 급여 20%를 반납하는 내용이다. 차장 이상 간부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가동했다. 이를 통해 100여명이 퇴사했고, 2분기에 희망퇴직위로금 96억원을 지급했다.

이외에도 올해 들어 다수의 전통 제약사가 크고 작은 조직 개편으로 인력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했다.

이들 기업은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동제약은 R&D 비용 집행이 늘면서 2년 연속 영업손실이 났다. GC녹십자는 헌터증후군 치료제의 수출 감소와 독감 백신의 내수 매출 감소로 올해 들어 역성장했고,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32.8% 줄었다.

업계는 경영효율화에 방점을 둔 구조조정과 조직 축소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와 타 산업군에선 구조조정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품목 정리, 사업구조 개편 등을 이유로 틈틈이 희망퇴직을 비롯해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단행해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제약회사에선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이 거의 없었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의 기업은 어떻게든 끌고 가자는 기조가 아니다"며 "언제든 조직·인력을 줄일 수도,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회사가 많다. 기업 사정에 따라 희망퇴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굵직한 제약사들이 먼저 단행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만한 사례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일동제약의 경우 개편 후 3분기 영업손실의 적자 폭이 줄었다. 회사는 향후 더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조직 개편과 슬림화 사례는 계속 나올 것 같다"며 "향후 인구가 대폭 감소한다고 하는데, 인구 구조에 따라 산업 구조도 변할 것이고 기업의 변화는 불가피해졌다. 제약업계에서 하나둘 사례가 나타나면 다른 제약사도 경영효율화 측면에서 진단할 것이므로 조직 개편을 검토하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고용 불안 확산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재편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고자 인력 효율화를 꾀할 순 있지만 무분별한 구조조정은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y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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