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복귀 저항 막아라” 카페·산책로 갖추고 반려동물 돌봄비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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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네티컷주에 있는 금융 서비스 업체 ‘싱크로니’는 올여름 회사 주차장을 고쳐 피클볼 코트를 만들었다. 테니스와 탁구, 배드민턴을 접목한 피클볼은 요즘 미국인들 사이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다. 이 회사는 새로 만든 코트에서 매주 직원들을 대상으로 피클볼 수업을 열고 매달 토너먼트 경기도 개최한다.
이뿐 아니라 싱크로니는 바리스타·바텐더가 상주하는 사내 카페,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 요가·킥복싱이 가능한 체육실, 기차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도입했다.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인 리베카 라이모는 “출근을 강제하기보단 사무실에 나와야 할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해외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직원들을 다시 사무실로 불러들이기 위해 갖가지 신개념 복지 제도를 내놓고 있다. 사무실 복귀를 꺼리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출근할 수 있는 당근을 다양하게 제시해 사기를 높이고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재택근무를 이어갈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려는 이들을 붙잡을 수 있을뿐더러, 새로운 인재를 유치하는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반려동물 돌봄비 회사가 부담
글로벌 회계 법인 언스트앤드영(EY)의 미국 법인은 지난해 사무실 복귀를 장려하는 제도를 만들기에 앞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 출근을 꺼리는 이유를 조사했다. 치솟은 기름값을 걱정하는 직원도 있었고, 아이나 반려동물을 돌보기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하는 직원도 많았다. EY는 이런 의견을 참고해 통근비와 가족·반려동물 돌봄비를 합쳐 연간 800달러 한도에서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직원들이 ‘강아지 유치원’이나 반려견 산책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보탬이 됐다며 반색했다고 EY는 밝혔다.
프랑스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작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면서 적어도 주 3일은 사무실에 나오게 하는 대신 회사가 컨시어지(집사) 서비스를 지원해주고 있다. 출근한 직원이 반려견을 돌봄 센터에 맡기거나 세탁소에서 옷을 찾아오는 등 심부름을 요청하면 회사가 해결해준다. 비용은 직원이 시간당 5달러만 내고 나머지는 모두 회사가 보조하는 방식이다.
이색 혜택도 등장했다. 미국의 홍보 대행사 다이아몬드PR은 직원들이 의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할 때 비용을 지원한다. 서비스 요금을 회사가 대신 내주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는 지난 6월 열흘간 기간을 정해놓고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할 때마다 회사가 지역 자선 단체에 10달러씩 기부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사내 식당·카페 혜택 확대
가장 기본적인 ‘먹고 마시는’ 복지에 공을 들이는 기업도 여럿이다. 온라인 캐시백 업체 ‘라쿠텐 캐나다’는 올해 주 3일 출근을 시작하면서 간단한 아침 식사와 출장 뷔페 점심을 마련했다. 투자 회사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캐나다’는 작년 가을 월 4~12일 사무실 출근을 의무화하며 바리스타를 초빙해 사내에서 직원들이 원하는 음료를 만들어주고 있다.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는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던 시기에 없앴던 혜택을 재도입했다. 매주 목요일 진행하던 해피 아워(정해진 시간 동안 무료 음료·스낵 제공)를 부활시켰다. 메타 직원들은 한때 폐지한 직원용 티셔츠 제공, 세탁 서비스, 이발 서비스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작년 11월 EY가 미국 경영진 5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각 기업은 대면 사교 이벤트(50%), 무료 커피·카페(46%), 무료 식사·간식(45%), 통근비 지원(38%), 자녀 보육(33%), 반려동물 돌봄(19%) 등의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KPMG가 주요 국 최고 경영자(CEO) 132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87%가 “유리한 업무 배정, 임금 인상, 승진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직원에게 보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사무실도 집만큼 편안하게
사무실을 새롭게 꾸미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작년 가을 사옥을 옮긴 미국 호텔 체인 메리어트는 건물 곳곳에 헬스장, 명상실, 안마 의자, 보육 센터를 마련했다. 사옥 내부에 산책로를 만들고, 공용 소파, 라운지 의자, 대화실 같은 편안한 회의 공간을 늘렸다. 직원들이 격식 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사무실 일부를 집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바꾸기도 한다. 부동산 개발업체 하인즈 등이 입주한 ‘텍사스 타워’는 공용층에 소파, 안락 의자, 커피 테이블을 배치해 거실 같은 분위기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주거와 상업의 합성어인 ‘레지머셜(Resimercial)’ 트렌드에 따라 일부 건물은 벽난로까지 설치해가며 사무실을 덜 회사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재택 선호하는 직원 이직 막아라
기업들이 각종 복지 혜택을 늘리고 사무실을 개조하는 건 심각한 구인난을 겪는 가운데 적지 않은 직원이 사무실 복귀에 반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당근’ 없이 무작정 사무실로 나오라고 강제할 경우 반발이 크거나 사표를 내는 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업무 공간 컨설팅 회사 유니스페이스가 올 4월 세계 고용주 6650명을 조사한 결과 사무실 복귀를 의무화한 기업의 42%가 평소보다 높은 이직률을 경험하고 있었고, 29%는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아마존·디즈니·애플 등 회사 출근을 강제한 기업에선 이에 반대하는 직원 시위나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출입 카드 기록으로 직원 출근율을 집계하는 보안 회사 캐슬시스템에 따르면 코로나 직후 10%대로 떨어졌던 미국 10대 도시 사무실 출근율은 올 초 50%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큰 변동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무실에 출근할 때 복지 혜택을 추가하면 직원들의 저항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화상 회의 업체 아울랩스가 올 6월 미국 근로자 2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회사에서 출퇴근 비용 부담(38%), 전화 부스 설치 등을 통한 사내 프라이버시 강화(34%), 무료 또는 저렴한 식음료(28%), 보육 보조금 혹은 회사 내 돌봄 서비스(28%) 같은 혜택이 사무실 복귀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경영 컨설턴트 리즈 키슬릭은 BBC방송에 “다양한 복지 제도를 마련하면 회사가 직원들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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