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감독 “유수빈 ‘우정’, 김동휘 ‘목숨’, 유승호 ‘청춘’ 잃었다..흉터 안고 살아갈 것” (종합)[인터뷰]
[OSEN=김채연 기자] ‘거래’ 이정곤 감독이 작품을 마무리한 소회를 밝혔다.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포스트타워에서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 이정곤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거래’는 동명의 웹툰 ‘거래’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우발적으로 친구를 납치한 두 청년의 100억 납치 스릴러다. 배우 유승호(준성 역), 김동휘(재효 역), 유수빈(민우 역), 이주영(수안 역) 등이 출연한다.
‘거래’는 스트리밍 공개를 앞두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공식 초청돼 부산을 찾았다. 제작발표회 역시 부산에서 진행됐으며, 이정곤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들은 오픈 토크로 관객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 ‘거래’의 GV는 매진이 이어졌고, 현장 반응도 뜨거웠다. 당시 심경을 묻자 이정곤 감독은 “부산영화제에서 틀지 않았다면 헛헛했을 것 같다. OTT 특성상 피부로 와닿는 반응을 느끼기가 어려운데, 오픈 전에 감사하게 GV를 통해 이 드라마를 처음 본 사람들의 리뷰를 들으니까 그 감정이 신선했고, 배우들도 즐거워했다. 아마 유승호 배우나 유수빈, 김동휘 배우 등 세 사람이 부국제 GV가 처음이라 신선해 했다”고 털어놨다.
이정곤 감독은 “1회차 상영, 2회차 상영을 같이 보면서 처음에는 약간 마음이 너무 콩닥거려서 제대로 못봤다. 두번째부터 같이 보는데 관객이랑 같이보니까 몰입해서 볼수있지 않았다. 제발회는 걱정했다. 이른 시간에 했는데 걱정했는데 배우들이랑 되게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고 말했다.
8부작인 ‘거래’는 2회씩 끊어서 공개됐다. 한번에 공개됐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없냐고 묻자 이정곤 감독은 “장단점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번에 공개될 때에 장점이 있고, 끊어서 공개되는 방식의 장점도 있다. 시청자들이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끊어서 공개하는 것이다. 그게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엔딩이 얼마나 매혹적일까 기획단계부터 고민했기 때문에 각 부의 엔딩들이 효과적으로 잡아주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라고 이야기했다.
극중 등장인물의 고민은 도박빚, 퇴학 위기에 처한 의대생 등 현실적인 사연이 등장하지만, 이들이 선택하는 건 ‘친구 납치’로 일반적이지는 않다. 이러한 전개를 선택한 이유와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묻자 감독은 “가장 고민했던 지점인데, 이 친구들이 우발적 납치부터 선택으로 인해 이 상황이 벌어지는데 괜찮을까하는 고민이었다. 그런데 20대 초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 ‘이렇게 돈을 벌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반응이 굉장히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물론 그 친구들이 실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지만, 다들 벼랑끝에 서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수도 있겠다는 지점에 기분이 이상했다.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 하고 있는 저로서도 괜찮을까 라는 고민도 들었다. 그 친구들이 준성, 재효만큼은 아니겠지만 각각의 이유로 벼랑끝에 서있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또한 감독은 결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고. 이정곤 감독은 “같은 회사 피디님과도 고민을 나눴는데 저희 이야기가 잡고자 했던 건 일련의 사건이 끝난 뒤에 인물들에게 어떤 흉터가 남았나를 생각해보자. 범죄가 성공할 것처럼,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이 범죄가 끝나면 대가를 치루면서 어떤 감정이 요동치고, 어떤 흉터가 남았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던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거래’에서는 돈 때문에 납치극이 시작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의 계급을 그리기도 한다. 이정곤 감독ㅇ느 “저의 의도는 계급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물론 피해자인 민우지만, 이 친구들 중에서 우위에 있는 이는 누구인가 생각을 들었다. 인상적인 평 중 하나가 ‘애초에 계급이 맞지않으면 거래는 불가능했다’는 말이었다. 과연 준성이랑 재효는 계급이 다른 민우를 보면서 공정한 거래가 가능할 수 있었나. 거래지만, 끝에는 용서를 받아야 하는 거고”라고 전했다.
시작부터 종영까지 극중 재효는 준성에 비해 매사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정곤 감독은 “재효의 극단적인 모습을 1부 초반부터 보여주는데, 그래서 저는 재효와 가장 얘기를 나눈 건 ‘우리가 중요한 건 의대에 가서 교수랑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다. 일련의 행위들이 의대 교수실에서 납득 시키지 못하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극단적 캐릭터를 보여주는 것은 일련의 이유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고, 그 이유가 작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심리적으로는 관객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걱정을 많이 했던 부분은 납치범이 주인공인데 끝까지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원작에도‘우리 같은 애들은 10년동안 5억을 못 모아’라는 대사가 있다. 그게 재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모든 동기부여를 할수는 없지만, 심리적 상태를 대변하는 게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재효는 사이코패스보다는 소시오패스같은 느낌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정곤 감독도 “기질이 없다고 볼수는 없다. 다만 그 트리거를 누가 당겼는가. 지금까지는 그 트리거가 안 당겨져서 사회에서 정상적인 일원으로 지내오지 않았나싶다. 그 트리거가 당겨지면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인물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극이 이어질수록,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감독에게 세 사람 중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민우가 가장 큰 피해자”라며 “그리고 민우도 사실 마지막에 의도했던 지점은 괜찮아보이지만, 굉장히 갇혀있는 인물로 만들어보자고 했다. 언뜻보면 외관은 멀끔하고 괜찮아졌지만, 민우조차도 큰 소중함을 잃어버렸다고 보았기에 민우가 물리적, 심리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결말에서 준성은 끝내 돈을 찾지 않는다. 물품보관소 영수증 역시 버려달라고 요청한다. 해당 장면의 의미에 대해 이정곤 감독은 “일단 준성이에게 두번째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지만, 준성이는 건강하게 살아가긴 힘들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재효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점도 새출발을 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 잘못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걸 이고 살아가겠다고 봤다”면서 “준성이에게는 가족이 있으니까 살아갈 수 있는 계기는 되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기회를 줄 수 있던 이유도 민우의 말을 듣고 돈을 건드리지 않는 준성이의 태도 때문에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거래’를 끝까지 보다보면, 과연 살아남은 준성과 민우가 또다른 누군가와 진정한 우정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이와 관련해 감독의 생각을 묻자 이정곤 감독은 “이 드라마가 끝날 때 처음에는 다들 무언가를 얻으려고 했지만, 무언가를 다 잃었으면 했다. 사실 민우는 괜찮아 보이지만 우정을 잃었다고 생각했고, 민우가 원했던 건 우정이었다. 우정을 얻으려고 그 자리에 나갔다가 우정을 잃었고, 재효는 10억을 얻으려다가 목숨을 잃었다. 준성이는 청춘을 잃어버린 이야기로 귀결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정곤 감독 역시 살아남은 인물들이 앞으로 진정한 우정을 이뤄낼 수 있냐는 물음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들이 또 다시 고등학교 우정처럼 새로운 우정을 얻는 건 쉽지않는다고 생각한다. 비록 셋 뿐만 아니라 누구나 얻는 성장통, 계급의 이야기를 다루고자하는건 학창시절에는 계급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할 때 한번, 대학교 졸업할 때 한번, 계급이 달랐구나 차이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성장통을 겪으면서 아무 목적성없이 우정을 맺을때와는 다르고, 그게 성인이 된다는 증표이기도 하고. 하지만 이들은 그런 흉터를 얻고 살아가지 않을까요?”라고 이야기했다.
이정곤 감독의 전작은 영화 ‘낫아웃’. ‘낫아웃’ 역시 ‘거래’와 비슷하게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흔들리는 청춘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이 감독은 “저도 그런 시기를 통과하고 나니까, 관심보다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저도 ‘낫아웃’을 찍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 시기를 통과해 나가는 게 힘들거든요. 각각의 시기를 통과하는 게 힘들기도 하고, 이런 건 하면서 어줍짢은 연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통을 겪는 인물들이 얻는 딜레마가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라며 “이번 드라마도 그렇고, 성장통을 겪는 인물들이 얻는 딜레마를 잘 다루면 그들의 왜 성장통을 겪는지 보여줄 수 있을 거 같고, 쓸데 없는 연민에 빠지지 않고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면 제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성장통의 이야기도 잘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다 나쁜짓을 하니까 따뜻하게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첫 드라마 연출까지 마무리한 이정곤 감독에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드라마 첫 도전인데 해보고 나니까 더 해보고 싶다. (영화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분들도 재밌게 콘텐츠를 바라볼 수 있는게 재미고, 드라마 작업의 매력도 상당하다고 느꼈다. 다음 작품은 확실하게 그런 건 없는데, 제가 어떤 작품을 하던 생각하는 건 배우들이 돋보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 이정곤 감독은 드라마의 매력에 대해 “모든 드라마, 영화에 예외가 있지만, 재밌었던 건 한 작품을 하면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었다. 영화도 할 수 있지만 러닝타임 한계에 주요 인물의 서사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이 드라마에서는 다양한 인물의 서사를 다룰 수 있던 게 재미있었다”면서 “많은 배우와 작업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도 재밌던 부분이라 그게 드라마의 재밌는 요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아직 ‘거래’를 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 유념해서 보면 좋을 포인트를 묻자 이정곤 감독은“주인공 세 사람의 관계 변화가 매력 포인트다. 1부에서 세 사람의 만남이 시작되고, 중간과 끝에서 관계가 변화하는 걸 보시면 가장 매력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셋이 좋아했다가, 싫어했다가 ,미워했다가 그게 드라마의 매력포인트가 아닐까싶다”라고 드라마의 관전포인트를 전했다.
한편, 웨이브 오리지널 ‘거래’는 지난달 27일 8부작을 끝으로 종영했다.
/cykim@osen.co.kr
[사진] 웨이브,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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