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킬러’ 벤자민·‘LG 성덕’ 임찬규, KS 3차전 선발 매치업…정규리그 데이터냐, FA 재수생의 동기부여냐

남정훈 2023. 11. 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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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KBO리그 한국시리즈(7전4승제)가 1차전 문상철(KT)의 9회 결승 2루타, 2차전 박동원(LG)의 8회 역전 투런포 등 두 경기 연속 극적인 승부를 연출하며 끝났다. LG와 KT가 1승1패로 팽팽히 맞선 가운데 시리즈의 주도권은 3차전을 승리하는 팀이 잡고 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염경엽 LG 감독과 이강철 KT 감독은 지난 8일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난 뒤 1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리는 3차전 선발로 임찬규와 웨스 벤자민을 예고했다.
웨스 벤자민(왼쪽), 임찬규. 뉴시스·연합뉴스
정규리그에서 남긴 기록만 보면 선발 매치업은 KT의 우세가 예상된다. 지난 시즌 대체 외국인 선수로 KBO리그에 입성해 5승4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수준급 활약으로 재계약에 성공한 벤자민은 올 시즌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정규리그 29경기에 등판해 15승6패 3.54를 기록하며 KT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켜줬다.
벤자민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2경기 등판해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했지만, 1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특히 KT가 ‘리버스 스윕’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던 플레이오프 5차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져 컨디션은 더없이 좋다. 
LG 트윈스 임찬규 선수. 뉴시스
임찬규와의 선발 매치업에서 벤자민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벤자민이 대표적인 ‘LG 킬러’이기 때문. 벤자민은 올 시즌 LG전에 5경기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4의 성적을 냈다. 32.1이닝 동안 내준 자책점이 단 3점에 불과할 정도로 LG 타자들은 벤자민만 만나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김현수(0.182), 오지환(0.167), 박해민(0.167), 홍창기(0.167), 오스틴 딘(0.091), 문보경(0.100), 문성주(0.000) 등 LG의 주축 타자 대부분이 벤자민을 상대로 고전했다. 한국시리즈(KS) 1, 2차전에 선발 출전했던 LG 타자 중 벤자민에게 2할대 이상의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박동원(0.273)뿐이다.
벤자민 스스로 LG에 강한 이유로 “LG에 좌타자가 많아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분석하고 있다. LG의 주전 라인업 중 우타자는 오스틴과 박동원 둘이다. 나머지 7명이 모두 좌타자다. 벤자민은 올해 우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0.238, 좌타자엔 0.242를 기록했다. 올 시즌을 통틀어보면 특별히 좌타자에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LG 좌타자 라인을 꽁꽁 묶었기에 특급 성적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KT 선발 웨스 벤자민. 뉴시스
KT 선발 웨스 벤자민. 뉴시스
KT로선 벤자민이 3차전에서 LG 좌타자를 철저하게 봉쇄하며 7이닝 이상을 먹어준다면 금상첨화다. NC와의 플레이오프부터 거의 매경기에 등판해 맹위를 떨쳐온 KT의 필승 불펜인 손동현과 박영현이 2차전에서 각각 0.2이닝씩을 던져 1실점, 2실점으로 무너진 상황이다. 벤자민이 7이닝 이상을 던져준다는 것은 그만큼 손동현과 박영현에게 휴식 기회를 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벤자민에 맞서는 임찬규는 스스로를 ‘성공한 LG 덕후(오타쿠)’라고 칭할 정도로 어릴 적부터 LG팬으로 자란 선수다. 올 시즌 시작만 해도 불펜으로 출발했던 임찬규는 4월말부터 선발투수로 나섰다. 올 시즌 30경기 등판해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한 임찬규는 2011년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LG로선 임찬규가 최대한 이닝을 길게 끌어줘야한다. 2차전 선발 최원태가 0.1이닝 만에 조기강판하면서 불펜이 8.2이닝을 소화한 상황이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체력적인 여유가 있다 해도 이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임찬규가 3차전에서 최소 5이닝 이상을 버텨줘야 남은 시리즈 투수 운용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임찬규
다만 임찬규는 KT전에서 약한 모습이었다. 4경기 등판해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6.61을 기록했다. KT전 피안타율이 0.352에 달할 정도로 KT 타자들만 만나면 고개를 숙였다. 다만 난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KT 타자들에게 피홈런이 하나도 없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임찬규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6승11패 평균자책점 5.04의 부진한 성적 탓에 1년 유예를 택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선 LG의 토종 1선발로 자리잡은 임찬규로선 3차전에서 호투하며 팀 승리를 이끈다면 몸값 폭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래저래 임찬규에게 많은 것이 걸린 한판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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