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하느라 바빠서 음악 못 해?’…뮤지션 딘딘의 귀환

18일 데뷔 10주년 기념 단독 공연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방송인 딘딘. 슈퍼벨컴퍼니 제공

그는 한때 래퍼로서 자격지심을 느꼈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를 래퍼보다 방송인으로 알았다. “‘방송 하느라 바빠서 음악 할 시간이 없는데 어떡해?’ 변명도 해봤지만, 돌이켜보면 비겁했어요. 나에 대한 알맹이도 없었죠.” 8일 서울 마포구 소속사 사무실에서 만난 딘딘(본명 임철)이 말했다.

‘1박 2일’(KBS2), ‘미운 우리 새끼’(SBS)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지만, 그의 출발은 힙합 래퍼였다. 캐나다 유학 시절 힙합에 빠져 래퍼의 꿈을 품은 그는 군대에 다녀온 뒤 2013년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2’(엠넷)에 나가 최종 7위를 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 뒤론 어쩐 일인지 예능 방송에서 부쩍 그를 찾았다. ‘라디오 스타’(MBC)에서 솔직하고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고, ‘진짜 사나이’(MBC)에서 군복 입고 뒹구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방송 스케줄이 점점 더 빽빽해졌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방송인 딘딘. 슈퍼벨컴퍼니 제공

어느 날 방송 마치고 함께 밥 먹던 코미디언 양세형이 말했다. “딘딘아, 우린 본업이 있는 사람이야. 나는 공개 코미디, 너는 가수. 예능 이전에 그 본업을 놓으면 안돼.” 한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래, 이제라도 음악 열심히 해야겠다.’

사실 힙합에 빠지기 이전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노래방 가서 버즈, 에스지워너비, 바이브 등의 발라드를 부르면 다들 “노래 좀 하네” 하고 치켜세웠다. “생각해보니 저는 래퍼보다는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발라드도 좋아하는데 꼭 랩에만 국한될 필요가 있나? 그래서 랩을 하나의 악기처럼 쓰는 노래를 만들어보자, 한 거죠.”

멜로디 있는 곡을 쓰기 시작했다. 자신은 랩을 하고 노래는 피처링 가수에게 맡겼다. 이홍기(에프티아일랜드), 휘인(마마무), 산들(비원에이포), 린, 스텔라장, 민경훈(버즈), 테이, 정승환 등이 기꺼이 목소리를 보탰다. 내친 김에 직접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다. “의외로 반응이 괜찮았어요. 노래까지 영역을 넓히니 음악이 훨씬 편하고 수월해졌어요. 이젠 자격지심을 느끼지 않아요.”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방송인 딘딘. 슈퍼벨컴퍼니 제공

그는 꾸준히 음악을 발표했다. 2019년 첫 정규 앨범 ‘굿바이 마이 트웬티스’, 2021년 미니앨범 ‘소음집’뿐 아니라 틈틈이 싱글도 내놓았다. 누구나 알 만한 히트곡은 없어도 서운하진 않다. “방송에 많이 나온다 해서 음악까지 무조건 좋아해 주진 않아요. 제 음악을 더 열심히 알려야죠. 음악은 평생 가져가고 싶은 본업이니까요.”

얼마 전엔 십센치와 함께 부른 ‘이러면 안 될 거 아는데 너 앞에만 서면 나락’이 갑자기 역주행했다. 2021년 발표곡이 에스엔에스(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퍼진 것이다. “이 노래를 접하고 제 다른 노래들도 듣더니 ‘딘딘 좋은 노래 많네’ 하는 분들이 늘었어요. 그래, 노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꾸준히 디스코그래피를 쌓는 게 중요하구나, 깨달았죠.”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방송인 딘딘. 슈퍼벨컴퍼니 제공

딘딘은 오는 18일 서울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에서 데뷔 10주년을 자축하는 단독 공연을 한다. 지금 들으면 오글거린다는 ‘쇼미더머니 2’ 시절 노래부터 최근 발표한 록 발라드까지 10년간의 디스코그래피를 망라한다. 오는 20일은 그의 생일이다. “저를 사랑해주시는 분들과 생일 파티하는 기분으로 공연하려고요.”

10주년을 맞은 소감은 어떨까? “10주년 되면 뭔가 돼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어디 가서 명함 내밀기도 힘들더라고요. 10년은 더 해봐야 뭘 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20주년에는 정신적으로 더 성숙한 어른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음악이든 방송이든 지치지 않고 계속 즐겁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