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51년 ‘판다 외교’ 종언…샤오치지 가족, 워싱턴 뜬다

이본영 2023. 11. 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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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아침이군요."

미-중 화해의 상징이자 '판다 외교'라는 말의 주인공으로 살아온 판다들은 동물원과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작별을 했다.

동물원은 판다 가족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중국은 워싱턴동물원의 판다들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몇몇 미국 동물원에도 판다들을 임대 형식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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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짜리 판다 샤오치지가 지난 9월 워싱턴 국립동물원에서 놀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힘든 아침이군요.”

미국 워싱턴 국립동물원의 브랜디 스미스 원장이 한숨을 쉬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육사들 중에는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8일 미국 수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생명체는 엄마 메이샹(25), 아빠 톈톈(26), 아들 샤오치지(3)로 이뤄진 판다 가족이었다. 동물원의 가장 사랑받는 존재였던 이 가족은 각각 큰 상자에 실려 페덱스 화물기 편으로 1만4천㎞ 떨어진 중국 청두로 보내졌다. 미-중 화해의 상징이자 ‘판다 외교’라는 말의 주인공으로 살아온 판다들은 동물원과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작별을 했다.

판다 가족이 떠나는 모습을 취재하려고 많은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판다 가족과 정이 든 동물원 직원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간단한 환송식을 치르고 이들의 짐을 챙기기도 했다. 기내식을 챙겨주려는 듯 대나무 가지를 잘라 트럭에 싣는 이도 눈에 띄었다. 사육사 니콜 매코클은 상자 안에서 어리둥절한 모습을 한 메이샹을 안심시키려는 듯 작은 창에 손을 대기도 했다. 23년 전에 동물원에 온 메이샹과 톈톈을 오랫동안 돌본 그는 “그들과 매일 상호 작용을 했다”며 “(이번 이별로) 우리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워싱턴 동물원에 판다가 처음 온 것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죽의 장막’ 너머를 방문한 게 계기였다. 만찬 때 저우언라이 총리 옆에 앉은 닉슨 대통령의 아내 팻이 원형 담배통에 그려진 판다 모습을 보고 귀엽다고 말한 게 시작이었다. 저우 총리는 “좀 드리겠다”고 했고, 팻은 “담배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저우 총리는 “아니오, 판다 말입니다”라고 말하며 판다를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4월 각각 18개월 된 암컷 링링과 수컷 싱싱이 워싱턴에 도착해 팻이 참석한 환영식까지 열렸다.

지난 51년 동안 워싱턴동물원에 판다가 없었던 적은 1999년 11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1년여간이었다. 링링이 1992년에 갑자기 죽은 데 이어 1999년 11월에는 병든 싱싱이 안락사당하면서 우리가 비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판다 우리가 빈 적이 없다. 동물원을 찾은 팬들은 판다들이 언덕을 뒹굴거나 대나무 가지를 물어뜯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워싱턴의 버스, 지하철 카드, 신발, 셔츠, 머그잔 등에 판다들의 모습이 담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동물원은 판다 가족 모습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제 미국 생활을 정리한 메이샹-톈톈 부부가 샤오치지 전에 낳은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는 각각 태어난 후 부모와 5년가량 함께 살다 먼저 중국으로 갔다.

이번 이별이 과거와 다른 점은 동물원에 판다가 다시 온다는 약속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워싱턴동물원의 판다들이 큰 인기를 끌자 다른 몇몇 미국 동물원에도 판다들을 임대 형식으로 보냈다. 메이샹-티엔티엔 부부의 임대 기간의 경우 올해 12월7일까지로 정해져 있다. 중국은 임대 기간이 끝나면 이를 연장하고, 다른 판다로 바꿔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해진 임대 기간이 끝나면 판다를 데려가고 끝이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의 경우 2019년 임대 기간이 끝난 판다들이 돌아간 뒤 판다 우리가 비었다. 이제 미국에 남은 것은 내년에 임대 기간이 끝나는 애틀랜타 동물원의 4마리뿐이다.

이를 놓고 미국 쪽은 미-중 관계 경색의 결과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보호종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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