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도만의 아우라 있죠" '만분의 일초' 문진승, 이 신인이 기대되는 이유 [TEN인터뷰]

이하늘 2023. 11. 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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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분의 일초' 문진승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배우 문진승. /사진제공=(주)더쿱디스트리뷰션



날렵한 인상에 굳은 심지가 드러나는 배우 문진승은 기분 좋은 신선함을 주는 배우다. 김성환 감독의 영화 '만분의 일초'를 통해 첫 주연, 첫 해외 영화제 입성을 했다는 문진승. '만분의 일초'는 검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재우(주종혁)이 과거 자신의 형을 사고로 죽게 한 상대 태수(문진승)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문진승은 '만분의 일초'를 통해 숟한 처음을 보여주지만, 거기에는 잊지 못할 강렬함이 배어있다. 

그간 드라마 '모범가족', '악인전기'를 통해 강한 빌런의 얼굴을 선보였다면, '만분의 일초'에서는 침묵 속 치열하게 검도인의 자세를 배워가는 태수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배우를 꿈꾼 것이 아닌, IT 회사 재직과 독일 대학원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배우 문진승. 그가 말하는 연기의 매력처럼, 영화 '만분의 일초'를 통해 고요하지만 뚜벅뚜벅 자신만의 길을 걸어나가는 문진승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테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컷. /사진제공=(주)더쿱디스트리뷰션



'만분의 일초'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과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제8회 런던아시아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수상에 이어 제47회 상파울루국제영화제 신인 감독 경쟁 섹션에 초대되기도 했다. 기분이 어떤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상을 받고도 깜짝 놀랐던 것 같다. 촬영 중이라서 멀리서 소식을 들었다. 외국 영화제에도 초청받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이런 좋은 작품을 함께 하게 되어서 기쁘다.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어떤 점에 끌렸나. 매력 포인트가 궁금하다.

내가 맡은 태수 역이 국가대표 일인자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이었다. 절제된 캐릭터라서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우선 검도를 배워야 했는데, 도전해서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서 검술을 연습한 적은 있는데, 검도는 처음이었다. 검술이 무용과 비슷하다면, 검도는 무예의 느낌이 강한 것 같더라.

김성환 감독은 '만분의 일초'를 통해 첫 장편 데뷔를 치렀다. 신인임에도 남다른 감각이 느껴진다.

디테일의 끝판왕이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역시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현장에서도 워낙 꼼꼼하시고 배우들과 사전 리딩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콘티 역시도 완벽하게 짜오셔서 현장에서 편하게 촬영했다. 이미 머릿속에 그림이 다 있으시더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부분에도 열려계신다. 존경할만한 감독님이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컷. /사진제공=(주)더쿱디스트리뷰션



국가대표에 준하는 검도 연기를 해야 하니,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훈련은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나.

검도관에 가서 배우들과 함께 기초부터 2~3개월 정도 배웠다. 배역에 따라 용인대학교 선수들과 1대 1로 전담해서 훈련했던 것 같다. 검도를 할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와 검도인의 자세를 많이 배우려고 했다. 검도의 매력은 기세인 것 같다. 일반인이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검술을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더라. 대련하는 것만 봐도 느껴지는 기운이 다르다.

얼굴을 전부 가리는 호면을 쓰고 있어 연기가 제한적인 부분도 꽤 있었을 것 같다. 눈빛으로만 표현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지 않나.

호면을 쓰고 있는 자세나 서 있는 몸짓으로, 제한된 부분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 호면을 착용해도 어색하면 국가대표처럼 보이지 않는다. 작은 디테일을 체크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당시에 대역을 해줬던 친구가 있는데, 현재는 국가대표가 됐다. 그 친구한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컷. /사진제공=(주)더쿱디스트리뷰션



넷플릭스 '모범가족'에서 마광철(박희순)의 오른팔 오중배 역과 Genie TV '악인전기'에서는 강렬한 비주얼의 악역 허양호를 연기했다. 그간 빌런 역할을 꽤 많이 한 것 같다. 반면, 태수는 전사도 생략되어 있고, 감정을 차분하게 유지하는 캐릭터이며 '소년미'가 엿보이는 느낌이었다.

항상 강하게 있으면, 입체적이기보다는 단편적인 모습일 것 같았다. '재우의 거울이 되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있었다. 태수는 과거에 비극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 때문에 검도를 훈련하는 과정을 대하는 태수의 삶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다. 비워내고 수련하는 느낌처럼 태수의 서사에 뭔가를 많이 더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검도의 특성과 비슷한 것 같다. 재우와 태수가 화해할 때, 재우에게 보내는 나름대로 따스한 눈빛이 있는데 그게 느껴지면 좋을 것 같다.

재우(주종혁)가 지닌 끓어오르는 분노와 악의의 원인에 대해 태수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후, 재우에게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고 난 이후에 태수의 태도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지점이 있다.

처음에 재우에게 지닌 악의를 태수가 느꼈을 때는 개의치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일인자이지 않나(웃음) 목표에만 집중하는 인물이다. 왜 그러냐고 물을 법도 한데, 태수는 검도인의 자세를 유지하려고만 한다. 감독님께서 태수의 전사에 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다. 태수는 자기반성이 심한 사람이고, 검도라는 행위 자체가 태수의 삶을 이어가는 동아줄처럼 보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태수가 재우의 악의를 안 이후, 샤워신 장면에서 재우한테 맞을 때도 담담한 느낌인 거다. 슬픔과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고, 저항하기보다는 재우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에 집중했다.

영화 '만분의 일초' 스틸컷. /사진제공=(주)더쿱디스트리뷰션



이력이 굉장히 특이하다. 과거 IT 기업에 종사하고 독일 만하인대학교 대학원에서 유학 생활을 거치다가 연기를 시작했다.

원래 한국 IT 회사에서 일하다가 공부하고 싶어서 독일에 갔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다시 취직할 생각이었다. 그 사이에 3개월 정도 비는 시간이 있더라. 어학원에 갔는데, 게시판에 외국인 배우를 찾는다는 공고가 있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오디션을 봤다. 사실 이전 대학교에서 연극 동아리를 했어서 단편 영화도 3편 정도 찍었던 적이 있다.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것은 정말 문득 든 생각 때문이었다. 잠에서 깼는데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IT가 좋아서 왔지만, 일하는 것과는 결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고민하던 시기였다. 순간적이고 논리적이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쌓아온 경력을 포기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문진승이 느끼는 연기의 매력은 뭔가.

나로부터 시작하고 나라는 존재를 생각하는 것이 매력적이다. 평소에도 일기 쓰고 훈련하는 것을 좋아한다. 철학,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고, 나는 누구인가를 자주 생각한다. 연기가 그런 점에서 재밌다.

배우 문진승. /사진제공=(주)더쿱디스트리뷰션



그간 '악인전기', '몸값', '달이 뜨는 강', '모범가족' 등 드라마를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그런 점에서 첫 장편영화 주연작인 '만분의 일초'가 가진 의미도 남다를 것 같다.

인생에서 많은 처음을 준 작품이다. 첫 해외 영화제 입성, 첫 주연, 첫 황태수(웃음)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연기를 하고 싶은가. 닮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도 좋다.

역할의 비중이 크고 작은 것보다는 주어진 작품을 계속 집중적으로 해나가고 싶다. 사실 이병헌 선배를 너무 좋아한다. 특히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의 연기를 애정하는 바다. 물론 코미디 영화가 아닌 '내부자들' 속에서의 코믹적인 부분도 좋다.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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