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화장터 부족난···동결·건조 후 파쇄 ‘氷葬’이 해법”
‘스웨덴 장례법’ 동물 적용 시스템 개발
“탄소배출 전혀 없는 친환경 녹색장
넓은 부지 필요 없고 이동식도 가능”
“‘빙장(氷葬)을 도입하면 반려동물 화장시설 부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가축전염병으로 대규모 살처분을 할 때도 부지 확보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요.”
지난 6일 대전 충남대에서 만난 정주영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50·수의과대학장)는 ‘동물 빙장’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빙장은 사체를 영하 197도의 액체 질소로 급속 동결·건조한 뒤 시신을 파쇄하는 장례법이다.
빙장은 원래 스웨덴에서 사람을 위한 장례법으로 개발됐으나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 정 교수는 이 장례법을 동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최근 이를 이용한 동물 장례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는 “빙장은 화장과 달리 탄소배출이 전혀 없는 ‘친환경 장례법’이다”라며 “그래서 빙장을 ‘녹색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동물의 사체는 국내법상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배출하거나, 반려동물 화장시설을 이용해 처리해야만 한다. 하지만 화장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반려동물 중 화장을 하는 비율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한다.
대전·제주 등 일부 지역은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전혀 없어 외지로 나가서 장례를 치러야한다. 게다가 반려동물 화장시설은 혐오 시설로 인식돼 새로 설치하기도 무척 어렵다.
정 교수는 “반려동물 빙장 시스템은 넓은 부지가 필요 없고, 환경오염 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민원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면서 “빙장 처리를 하면 사체의 크기와 무게가 70% 이상 감소하는 데 이걸 분쇄해 수목장용 나무나 집안의 화분에 뿌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 빙장 시스템은 이동식으로도 만들 수 있어 현장에 나가서 직접 장례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빙장은 현행 법령상 허용하고 있는 ‘기타 장례’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자체 등에서 조례만 제정하면 언제라도 반려동물 장례 제도로 도입할 수 있다”면서 “ 반려동물 화장시설이 하나도 없는 대전에서 빙장을 처음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동물 빙장 시스템은 최근 발생한 소 럼피스킨병은 물론 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ASF)·조류 인플루엔자(AI) 등 전염병으로 가축을 대량 살처분하는 경우 부지 확보 문제나 침출수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 교수는 “가축의 사체를 빙장 처리해 분쇄한 한 뒤 소독 처리하면 대규모 부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고, 땅에 묻어 살처분 시 발생하는 침출수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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