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천개 협력사와 협상… 파업 일상화 만들 ‘노란봉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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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A 임원은 달력에 적힌 파업 일정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그간 불법 파업은 불법행위의 집단성만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노란봉투법에서는 법원이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배상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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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A 임원은 달력에 적힌 파업 일정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3주 전 1차 협력사 B사의 파업이 일주일간 있었고, 이후 C사와 D사의 파업이 이어졌다. 이번 주에는 2차 협력사 E사의 파업이 예정돼 있다. 협력사만 수천 개라 남은 파업 일정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조차 어렵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야권이 강행 처리하려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통과하면 예상되는 기업 노사 문화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은 노조의 불법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을 사실상 모두 잃게 된다. 재계에서는 “어떤 노조가 어디서 언제 교섭을 요구할지 몰라 1년 365일 내내 파업을 걱정할 처지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20일 재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에 노란봉투법이 상정된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무제한 토론)로 저지한다는 방침이지만, 국회 의석수 168석을 보유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노란봉투법은 크게 ▲사용자 범위 확대와 하도급 노조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노동쟁의의 범위 확대 ▲파업을 벌인 노조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에서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다. 이렇게 되면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 사용자와 하청 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하다. 수천개에 달하는 협력사가 원청인 대기업에 단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금 인상, 구조조정 반대 등을 요구하는 하청 노조가 사측과 원활하게 협상이 되지 않으면 원청인 대기업을 찾아가 협상을 요구 수 있다.
또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개념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한다. 임금인상이나 단체협약의 체결 등 ‘이익분쟁’ 뿐만 아니라 이미 확정된 권리에 관한 해석과 실현에 관한 분쟁, 이른바 ‘권리분쟁’도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한 것이다.
이 경우 단체협상을 마무리해도 노조가 “조합원 개인의 협상권을 위임 받았다“며 징계 해고자 복직이나 인사고과 승격 제외자 구제 등의 취지로 파업을 할 수 있다. 그간 사업조직 통폐합, 구조조정 등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상 조치는 파업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법인 신설, 인수합병(M&A), 신공정 도입, 원천 공장 인근의 현지 공장 건설 등 기업의 모든 활동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내용도 논란이다. 그간 불법 파업은 불법행위의 집단성만 인정되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으나 노란봉투법에서는 법원이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배상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
한 변호사는 “기업이 조합원들의 역할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노조가 불법 점거를 할 때 폐쇄회로(CC)TV를 가리거나 점거는 했지만 파손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얘기할 경우 귀책사유 기여도를 증명하기 어려워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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