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또 거절, 밤에 잠이 안와요”…연 20% 리볼빙 내몰리는 서민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3. 11. 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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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높이자 카드론 한달 새 2679억 줄어
일부만 갚는 리볼빙, 이월잔액 첫 7.6조 돌파
[사진 = 연합뉴스]
“여보, 저축은행 이어 카드론 대출도 안된다는데, 어떡하죠?”

서민 급전 창구인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의 문턱을 높이면서 서민들이 20%에 달하는 결제성 리볼빙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일시적으로 결제대금이 부족할 때 카드 대출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자칫 잘못 이용할 경우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 낭패를 볼 수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8조4171억 원으로 전월대비 2679억원 줄었다. 이에 반해 리볼빙 이월잔액은 같은 기간 1262억원 증가했다. 리볼빙 누적 잔액은 7조61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결제성 리볼빙 수수료가 가장 높은 카드사는 롯데카드로, 이 카드사의 9월 평균 리볼빙 수수료는 17.88%를 기록했다. 단 신용점수 700점 이하 회원의 평균 수수료가 가장 높은 카드사는 19.28%를 적용한 KB국민카드였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사용대금 중 일부만 갚고, 나머지 결제금액은 나중에 돌려 갚는 제도다.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육박할 정도로 금리가 높고 대출 기간도 짧아 연체 위험이 높다.

카드론이 줄고, 리볼빙 잔액이 증가한 이유중 하나는 지난 9월부터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에게 카드론을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저신용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연 20% 달하는 리볼빙 등 단기대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여전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등으로 조달비용이 높아져 부실위험이 높은 저신용자 관련 대출을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전채 금리가 카드사 조달비용에 반영되기까지 3개월의 시간이 걸려 현재 12~16% 수준인 카드론 평균금리가 더 뛸 수 있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발행 한도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시장에 대거 풀린 은행채도 여전채 금리 인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리볼빙과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특히,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50% 규제에 포함되면서 소득이 적은 저신용자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 시점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저신용 차주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약관대출’ 잔액도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손해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69조370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1조4000억원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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