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사라진 마약류 의약품 174만개… 상당수 불법 유통돼
폐업하는 의료기관이 갖고 있던 마약류 의약품 174만여 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소홀로 행방을 알 수 없게 됐고, 상당수가 시중에 불법 유통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식약처를 정기 감사해 9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류를 취급하는 병원·의원·약국·동물병원 등은 폐업할 때 갖고 있는 마약류를 다른 의료기관 등에 넘기고 이 사실을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2019~2022년 4년간 폐업한 의료기관 1000곳이 갖고 있던 마약류 의약품 197만888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관한 기록이 식약처의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 가운데 22만9150개는 개별 일련번호를 통해 다른 의료기관으로 넘어가 있는 것이 확인됐으나, 나머지 174만1738개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여기에는 과다 투여 시 중추 신경계를 손상시켜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및 레미펜타닐 4256개, 아편과 유사한 합성 마약인 옥시코돈 5108개, 모르핀 1150개, ‘우유 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 7078개, ‘스페셜K’라고 불리는 케타민 1097개, 졸피뎀 9만4594개, 디아제팜 101만5393개, 알프라졸람 14만8421개, ‘나비약’이라 불리는 펜터민 및 펜디메트라진 8만2907개 등이 포함됐다.
마약류 의약품이 사라진 폐업 의료기관 13곳을 표본 조사해 보니, 서울 강남구와 대구 달서구의 의원 2곳은 마약류 2386개를 임의로 폐기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증빙하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포항시 북구 한 의원은 향정신성의약품 5만2000개를 폐업 후 의사 자택에 보관하다가 2만7246개를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들을 포함해 의료기관 5곳이 마약류를 불법 유통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른 폐업 의료기관 5곳은 대표자가 사망했거나 연락이 두절돼 마약류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고, 3곳은 관할 보건소가 이미 고발 조치 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 조사 대상 13곳 가운데 마약류가 불법 유통됐을 가능성이 없다고 확인된 곳은 한 곳도 없었던 것이다.
영업 중인 의료기관들에서도 마약류가 불법적으로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포폴 등 주사 형태로 투약되는 마약류 의약품은 환자의 몸무게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투약량이 달라진다. 따라서 의약품 포장 1개를 뜯어 사용하면 일반적으로 주사제 일부가 남게 된다. 이 남는 양은 각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폐기하되, 얼마를 폐기했는지를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에 입력해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2019~2022년 4년간 의료기관 1만1241곳이 프로포폴을 2677만1483개 사용하면서 전량을 환자에게 주사해 남은 양이 ‘0′이었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의료기관 중 10곳을 표본 조사해 보니, 5곳은 남은 양이 있었는데도 0이었다고 거짓으로 보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5곳에서 식약처에 보고하지 않은 프로포폴 주사액은 33만2809mL로, 약 4만7544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그러나 식약처는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에 폐업 의료기관들이 마약류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와 있어도, 영업 중인 의료기관들이 프로포폴 등 마약류 주사제를 투약하고도 남은 양이 전혀 없었다고 입력을 해도, 이에 대해 어떠한 감시 활동도 하고 있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식약처에 “마약류 의약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폐업한 의료기관 등을 순차적으로 점검하고,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마약류 의약품의 사용 후 폐기량을 감시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마약류 취급 보고를 거짓으로 한 것으로 드러난 의료기관들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업무 정치 처분도 의뢰하라고 통보했다.
식약처는 감사원에 앞으로 마약류 감시원이 폐업 의료기관의 재고 마약류 의약품 처리를 감시하도록 지침을 마련하고, 마약류 주사제 잔량을 거짓으로 보고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료기관들에 대한 감시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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