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재생에너지 대전환의 심장"…HD현대일렉트릭 가보니
세계 최초로 스마트 공장 적용한 철심자동적층설비
크레인 대신 에어쿠션이 400톤 변압기 옮겨 효율성↑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탄소배출 절감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송배전 기기와 송배전 구축을 위한 핵심 기자재 수요가 한결 많아졌습니다."
지난 7일 울산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500kV 스마트 변압기 공장에서 만난 직원은 "지난해부터 미국과 중동 지역에서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 수주가 크게 늘었다"며 "공장 가동률이 100%다"고 강조했다.
1977년 현대중공업 중전기사업본부를 모태로 탄생한 현대일렉트릭은 송·배전 전력망에 필요한 전력기기를 생산하며 글로벌 시장에 산업용 전력기기 및 스마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공장 실시간 모니터링·제어하는 무인 통제관제센터
이 공장은 크게 4개 공간으로 운영되는데 공장 내부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각자 맡은 공정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5층에 위치한 무인 통합관제센터. 이 센터는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설비와 공정관리, 생산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경우 관리자에게 알려준다.
알림을 받은 관리자는 문제 발생 상황을 즉각 확인·조치를 할 수 있다. 공장 설비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설비 운영 상태를 최적화하는 설비모니터링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에 이 같은 운영이 가능하다.
통합관제센터 옆에 위치한 통유리창에 서면 초고압 변압기 총 조립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공장에서는 4~5개 초고압 변압기 총 조립이 이뤄지는데 상상을 뛰어넘는 거대한 크기다.
HD현대일렉트릭 양재철 상무는 "이곳에서 생산하는 변압기는 발주처의 전력 공사 현장에 맞춰 매번 사양이 달라지는 주문 생산형 제품"이라며 "현재는 미국과 중동 등에 납품할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 공장 적용한 철심자동적층설비
이 장비는 마치 로봇팔 같은 핸들러가 0.23㎜~0.3㎜ 두께의 얇은 전기 강판을 원하는 길이와 모양대로 절단한 뒤 도면에 맞춰 절단품을 원형 형태로 쌓아올리며 조립하는 적층 공정을 한다. 이렇게 적층이 완료된 철심 구조물은 크레인 없이도 수직으로 세워져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
과거에는 4~6명의 작업자가 손으로 직접 철심을 절단하고 쌓아올렸지만 철심자동적층설비가 도입된 이후에는 1~2명의 검사 인력만 투입해도 되고, 크레인으로 철심을 세우던 과정에서 발생했던 철심 손상도 한결 줄었다.
크레인 대신 에어쿠션으로 400톤 변압기 옮겨 효율성↑
사실상 옮기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넣은 쿠션을 활용해 바닥면을 통한 이동 장치를 도입한 것이다. 현대일렉트릭은 자재와 제품을 바닥 이송 형태로 운반하며 생산 대기시간을 71% 절감하고, 안전 사고도 크게 줄였다.
적정 항온·항습을 유지하기 위해 변압기 출입문 시스템을 강화하고 공조설비를 개선한 것도 다른 공장들과 차별화된 대목이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공장처럼 공장 안에 수분 침투를 막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현대일렉트릭은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당시 대규모 공조 설비를 구축하고, 4개 공정으로 향하는 출입문에 이중도어와 간실을 적용해 변압기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온도와 습도, 이물질 관리를 한층 강화했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고품질로 승부한다"
현재 시장 상황도 현대일렉트릭에 우호적이다.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송배전 설비 확충을 위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2010년대 후반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 위치한 글로벌 업체들이 사업을 축소해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또 변압기 시장은 고객별로 사양이 틀린 데다 변압기 1대를 생산하는데 투입되는 전문 인력도 많아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40여년간 사업을 이어온 현대일렉트릭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단기적으로 제품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한편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제품 생산기간 단축, 품질 개선, 해상풍력발전 등 시성장 동력 발굴 등을 통해 2030년에는 5조원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김영기 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 신재생에너지와 관련된 굵직한 수주가 발생했고 이미 생산능력을 뛰어넘는 수주를 올리고 있다"며 "미국, 한국, 중동 등 3대 주력 시장은 물론 유럽과 오세아니아 시장도 공략하고, 해상풍력발전도 신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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