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투자' 빛 본다…HD현대일렉트릭, 에너지전환 업고 세계 시장 공략
지난 7일 울산 동구에 위치한 HD현대일렉트릭 500kV 초고압변압기 스마트팩토리. 공장 안에 들어서자 펜스로 둘러싸인 거대한 철심자동적층설비가 좌우로 분주히 움직인다. HD현대일렉트릭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철심자동적층 설비다. 설비가 변압기의 기본이 되는 철심을 '적층-바인딩-기립' 시킨다. 철심의 폭, 길이, 방향이 자동으로 정렬돼 층층이 쌓인다. 이전에는 4~6명의 작업자가 손으로 직접 철심을 쌓아 올렸지만, 이젠 1~2명의 검사 인력만 상주한다.
500kV 스마트공장은 HD현대일렉트릭의 '위기 속 투자'를 대표하는 사례다. 발전, 송·배선 등 전력망 구성에 필요한 전력기기를 개발·생산하는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분할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직후 급속히 악화된 시장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적자 상황에도 회사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전략과 선제 투자에 집중했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2018년~2019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증설을 추진했다"며 "당시 800억원을 들여서 스마트팩토리를 준공했는데, 현재 전 세계 초고압변압기 공장 중에서 가장 최신형 공장"이라고 했다.
위기 속에 과감히 진행한 투자는 늘어난 시장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됐다. 2020년부터 글로벌 탄소중립 실현 기조가 강화되며 전력기기 시장 상황이 개선됐다. 북미·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 발전 투자가 확대돼 시장 수요가 늘었고, 중동 각국의 대형 프로젝트 추진이 활발해졌다. 취재진이 방문한 7일에도 변압기 공장에서는 영국, 캐나다, 중동으로 수출될 변압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 세계 70여개국에 변압기 제품을 생산 납품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최근 2년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에서 초고압 변압기 제품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체 분석한다. 초고압 변압기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고, 무게도 400톤이나 되기 때문에 기술 장벽이 높다. 대형 변압기 생산 업체가 제한적인데다 유럽업체들도 자국 내 수요 대응이 늘면서 미국·사우디 시장에선 품질과 업력·납기 등을 신뢰할 수 있는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스마트 공장으로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생산 효율을 끌어올렸다. 변압기 생산성은 20% 향상됐고, 불량률은 90% 감소했다. 철심자동적층 설비 외에도 에어쿠션을 이용한 물류 이동 방법을 도입했다. 크레인과 중앙대차를 사용하던 과거에 비해 생산 대기 시간이 71% 줄었다. 통합관제센터에선 IT시스템을 기반으로 설비와 공정 관리, 생산현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공장 곳곳에서는 키오스크를 통해 3D 도면을 확인할 수 있다. 500kV 스마트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변압기 약 70~80대 수준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안정적인 수주 물량과 증대된 매출 실적을 바탕으로 2020년 흑자로 돌아선 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분기 매출 6944억원, 영업이익 85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9.8%, 영업이익은 125.9% 늘어난 수치다. 올해 3분기 기준 수주잔고는 역대 최대인 5조157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6% 늘었다.
늘어나는 러브콜에 공장도 증설한다. 미국 및 유럽 변압기 시장 호황에 따른 변압기 수요 증가를 단기간 내 대응하기 위해서다. 울산 변압기 공장은 기존의 철심 공정 레이아웃 재배치를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방법으로 공정 효율을 높인다. 총 272억원을 투자해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알라바마 법인은 보관창고 및 야적장 신축을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김 부사장은 "(울산 공장 증설로) 연간 변압기 생산 대수가 70대, 수주액은 1400억원 정도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증설에 따른 수익효과 등으로 인해 2030년 5조 정도의 매출을 전망한다"고 했다.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산단 내 에너지 사용 흐름을 추적·관리하는 토탈 에너지 솔루션, 해상풍력을 신사업으로 점찍었다. 2022년 12월 GE와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HD현대일렉트릭은 국내 해상풍력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김 부사장은 "이제 모든 것들이 '전동화, 전기화'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본다"며 "그런 면에서 변압기를 포함해 신사업 분야 비즈니스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울산=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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