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라서 잡는데 일감 쌓였다…'영업이익률 12%' 변압기 공장 [르포]

배지윤 기자 2023. 11. 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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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일렉트릭 울산사업장…자동화 설비로 생산성 높이고 근로환경 개선
美·유럽의 재생에너지·인프라투자 및 중동 네옴시티 등 글로벌 수요 증가
HD현대일렉트릭 울산 사업장 전경(HD현대일렉트릭 제공).

(울산=뉴스1) 배지윤 기자 = 지난 7일 방문한 HD현대일렉트릭(267260) 울산 사업장. 500kV 스마트 변압기 공장 5층에서는 로봇팔 형태의 '핸들러'가 0.23㎜~0.3㎜ 두께의 전기강판을 겹겹이 쌓아 올리는 철심자동적층설비 작업에 한창이었다. 변압기 내부 자계통로가 되는 철심구조물을 만드는 핵심 공정으로 변압기 생산의 첫번째 공정이다.

◇자동화 설비로 공정 효율성 개선

HD현대일렉트릭 500kV 스마트 변압기 공장은 지난 2018년 철거한 뒤 2020년 새롭게 완공한 최신형 공장이다. 대용량 전력변압기의 철심 적층 전 공정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구현한 해당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한 게 특징이다.

철심자동적층설비는 변압기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인 철심 조립에 쓰이는 특수 설비다. 기존에는 6명 안팎의 작업자가 손으로 직접 철심을 쌓아 올렸다면 현재는 1~2명의 검사 인력만 투입된다. 크레인으로 철심을 세우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발생하던 철심 손상도 크게 줄었다. 24시간 공정도 가능해졌다.

적층이 완료된 철심 구조물은 스스로 말려 크레인 없이 수직으로 세워진 후 다음 단계로 옮겨진다. 이어 실 전압을 변경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권선공정에 들어간다. 두 공정이 모두 끝난 뒤 후공정인 중신조립실에서는 완성된 철심과 권선을 조립하고 건조해 변압기 내부 구조물을 완성한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철심자동적층설비(HD현대일렉트릭 제공).

공정별 생산 현황과 품질검사 결과, 자재 운영 현황 등 생산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통합관제센터도 이 공장만의 자랑이다. 공정별 담당자는 생산 현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단말기)에서 정보를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현재는 키오스크로 항상 도면 시스템에 접속해 도면을 확인하기 때문에 오작동이 발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또 변압기 공장은 3D 도면을 100% 적용해 2D 도면에서 표현하지 못한 부분까지 작업자가 정밀하게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에어쿠션' 시스템과 무궤도 이송 장치를 활용한 물류 이동 방식도 스마트 공장의 특징이다. 주로 크레인과 중앙 대차를 사용해 무거운 자재와 제품을 운반하던 과거에 비해 생산 대기 시간이 71% 단축됐다. 자재를 바닥 이송 형태로 운반하게 돼 작은 안전사고가 사라지고 근로자 작업 능률도 개선됐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기존 크레인과 대차로 이동하던 방식에서 에어쿠션과 무궤도 이송치를 적용해 (20분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대기 낭비를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스마트 공장 중신 조립 현장(HD현대일렉트릭 제공).

◇글로벌 변압기 시장 호황에…韓·美 공장 증설

HD현대일렉트릭이 2020년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고 꾸준히 생산 능력 증설에 공들이는 이유는 2019년 급격히 악화된 시장 상황 속에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무리한 생산공정에 과부하가 걸리는 역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HD현대일렉트릭은 2019년부터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계약 건은 과감히 포기하는 수주 전략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 공정에서의 과도한 물량 소화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그 결과 영업이익률도 대폭 개선됐다. HD현대일렉트릭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률은 12.3%를 기록했다. 2017년 독립 법인 출범 이후 영업이익률 10%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전력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올해 초에 납품된 변압기 가운데 2~3년 전 수주한 물량도 꽤 있다"며 "당시 수주 이익률이 지금보다 더 낮은 변압기도 있었는데 (저가에 수주한) 해당 물량 대부분을 소진한 만큼 4분기 더욱 높은 영업이익률이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긍정적인 흐름에 변압기를 포함한 HD현대일렉트릭 전반 수주 금액도 당초 목표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연말까지 변압기 포함해 전체적으로 31억달러정도가 목표인데 그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HD현대일렉트릭 초고압 변압기(HD현대일렉트릭 제공).

늘어난 수주 대응을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4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법인의 변압기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울산 변압기 공장은 기존의 철심 공정 레이아웃 재배치를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방법으로 공정 효율을 높인다. 또 철심 공정은 새로운 공장을 신축해 공정을 한 곳으로 통합 운영하며 생산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시설투자 금액만 272억원에 달하며 내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정 효율화를 마치면 연간 14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예상된다.

미국 앨라배마 법인도 보관창고 및 야적장 신축을 통해 총조립 공간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투자 비용은 약 180억원이며 내년 9월 준공 목표다. 총조립 공정 부지 확보에 따라 앨라배마 법인은 연간 800억원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IIJA(인프라투자법) 등 주요 법안 통과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노후화 전력망 교체 수요 등으로 전망이 밝다. 김 부사장은 "미국 IRA는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산 변압기를 제한하는 규제로 오히려 우리 경쟁력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대규모 신도시 개발 투자 확대에 따른 중동 지역 변전소 증설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소비 목표를 45%로 상향하고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인 유럽연합(EU)의 변압기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각국의 신규 전력망 구축과 신재생 발전 투자 확대 기조에 따라 향후에도 당분간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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