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용GH사장 '공간을 새롭게 기획하다'...복지·효율성 극대화
단순 공급자에서 이젠 총괄관리사업자로 주택공급 패러다임 대전환
품질경영 강화와 콤팩트시티 '공간 재창출'로 GH 정체성 확립
'메가시티 서울'로 경기도가 달아올랐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총선용 카드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미 김포, 광명, 하남 등 서울과 인접해 있는 경기지역 12개 도시는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가치로 이어지는 기대심리 때문이다.
경기지역은 신도시 개발, 원도심 재개발 등 부동산 호재도 많고 민감한 지역이다. 그러나 신도시가 개발되는 현장 몇 군데를 다녀보면 공통점이 있다. 온통 아파트와 상가만 가득하다. 개발업자 배만 불리는 도시계획의 남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뒤 교통 인프라와 기관·시설 유치를 목놓아 기다리는 행태를 보인다. 서울의 베드타운에 최적화된 낡은 도시계획이다.
이젠 도시개발에도 철학과 제대로 된 밑그림이 있어야 한다.
김 사장은 9일 "이제 사람이 집에 맞춰 사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지역·세대별 맞춤형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남 양산에 사는 사람과 경기 평택에 사는 사람의 주거 수요가 다르고, 세대별로도 원하는 주거 형태가 다르다"면서 "이런 추세를 감안한다면 국토부와 LH의 획일적 주택공급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앞으로는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아는 GH가 1·3기 신도시 개발, 반도체 산단 조성 등을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양적으로 계속 늘어 전체 주택의 1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전국적으로 공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현재 문제(도심 외곽지역 공실 증가)가 곧 우리나라에도 닥칠 것이다. 앞으로 신도시 개발은 이런 트렌드를 읽어야 한다. 양이 아닌 질적 변화 즉, 맞춤형 주택공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1인·2인 가구 증가와 인구감소 추세는 과거처럼 신도시가 베드타운이 되는 공식이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공급할 수 있는 자족시설 확충에 고심해야 한다. GH가 조성 중인 2판교, 3판교에서 김 사장이 구상하는 신도시 개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연 매출액 120조가 넘는 1판교처럼 2·3판교도 젊은 벤처기업부터 다양한 기업들이 들어올 수 있게 조성하고, 여기에 직장-주거-노는 시설까지 한 공간에 해결할 수 있는 직주락(職住樂) 개념을 도입·확대할 구상"이라면서 "일산테크노밸리, 용인 반도체 산단 등도 각각의 도시 기능에 맞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배후도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GH는 공간 불평등의 해소에도 주목하고 있다. 도시개발에 공간복지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김 사장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아파트와 비아파트 거주지에서 공간의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요즘 신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를 예로 든다면 단지 안에서 문화, 교육, 돌봄, 의료, 생활체육 등을 해결할 수 있지만, 비아파트 거주자는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기 신도시가 포함된 노후계획도시는 30년 전 당시 기준으로 조성됐다.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다. 원도심에 부족한 도시기능을 보완하고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정비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무량판 구조 아파트 부실공사로 곤욕을 치룬 LH사태로 공공기관의 주택공급 신뢰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타개책으로 GH는 '품질경영강화'를 내놓았다. 김 사장은 자신의 차량에 '오함마'(건설현장에서 쓰는 큰 망치)를 늘 싣고 다닌다. 품질경영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얼마 전 화성동탄 현장에서 제대로 시공되지 않는 벽을 이 '오함마'로 부수고 재시공하게 하는 등 현장을 다니며 '품질'을 강조하고 있다.
김 사장은 "공사 현장을 가면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비숙련자가 대다수다"며 "GH 품질명장 제도를 도입해 비숙련 노동자에게 기술을 교육하고, 설비·시공·감리 모든 단계에서 공사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GH는 수원 광교신도시 내 A17블록(옛 법원·검찰청 부지)에 들어설 600가구 물량 중 240가구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으로 시범 공급하기로 했다. 2025년 착공해 2028년에는 후분양 일정에 돌입한다. 전용 59㎡의 경우 총 분양가가 5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지분을 20~30년에 걸쳐 분할 취득하는 공공분양 모델이다. 최초 분양을 받을 때는 분양가의 10~25% 정도만 부담하고, 이후에는 20~30년에 걸쳐 4~5년마다 나머지 분양대금과 이자를 나눠 내면서 자기 지분을 적립하듯 취득하는 방식이다.적금을 매월 납입해 목돈을 만드는 것처럼 꾸준히 주택 지분을 늘려가면 온전히 내 집을 갖게 된다. 10년 이후부터는 전매도 가능하다.
김 사장은 "소득 수준에 따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통해 자가 소유를 유도하고, 공공임대주택도 꾸준히 공급한다는 게 민선 8기 주택 정책의 기조"이라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확대와 함께 공공임대 거주 가구 비율을 9%에서 12%까지 확대해 도민에게 주거 안정성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김 사장은 임기 중에 꼭 이루고자 하는 정책을 '공간의 재창출'로 꼽았다. 그는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콤팩트사업단을 만들고 SH사장 시절에 수행했던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경기도에도 적용한다. 공간이 부족한 서울의 동사무소, 지구대 등 3~4층 공공기관 건물을 12층으로 고층화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고, 버스차고지를 지하화해 지상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는 "GH 콤팩트시티 사업단을 통해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할 대상지를 물색하고 있다. 임기 중에 경기도에도 성공모델을 만들어 이 정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기=권현수 기자 kh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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