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U 데뷔' 박서준 분량 논란…오히려 프로정신 박수쳐줘야 [TEN스타필드]

최지예 2023. 11. 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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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최지예 기자]
'더 마블스' 얀 왕자 박서준/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베일을 벗은 '더 마블스'(감독 니아 다코스타)를 두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이하 MCU) 국내 팬들 사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배우 박서준의 분량과 역할 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화두다. 

'더 마블스'에서 박서준은 알라드나 종족의 얀 왕자로 분해 브리 라슨(캡틴 마블 역)과 호흡을 맞췄다. 박서준은 캡틴 마블과 정략 결혼한 남편이자,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등 세 여성 히어로와 함께 최종 전투신의 서막을 여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과거 도움을 준 인연으로 캡틴 마블이 얀 왕자와 정략 결혼을 한 사이라는 설정은 흥미롭고 캡틴 마블의 캐릭터 서사를 더욱 도톰하게 했다. 

'더 마블스'에서 박서준의 분량은 길지 않다. 시퀀스 총량으로 보더라도 10분 이내고, 박서준이 스크린에 잡히는 것으로만 따지면 3~4분 남짓이다. 분명 길다고 할 수 없는 분량이지만, 그 안에서 박서준은 자신의 몫을 해냈다.

박서준은 리듬과 멜로디가 있는 노래로 소통하는 알라드나 종족의 특성상 일부 대사를 노래로 소화하고 브리 라슨과 왈츠를 춘다. 박서준은 자신에게 주어진 얀 왕자의 캐릭터에 맞게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더 마블스' 속 박서준의 분량과 역할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국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필모그래피를 쌓아 정상에 오른 박서준에게 너무 작은 배역을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박서준이 알라드나 종족 스타일로 외형을 완성하고 노래로 대사를 갈음하는 것이 다소 우습다는 조롱 섞인 이야기도 적지 않다. 

영화 '더 마블스'/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인적으로는 이같은 시각은 위험한 거 같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MCU에 데뷔한 우리 배우가 좀 더 많은 분량에 강력한 파워를 가진 멋진 모습의 히어로로 등장하길 바란 국내 팬들의 기대야 십분 이해하지만, 박서준은 여타 배우와 다름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성실하게 소화했을 뿐이다. 그야말로 프로정신을 보여줬을 뿐이란 얘기다. 

실제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조차 최근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펜하이머를 다룬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조연급으로 출연했다. 주연인지, 비중이 어떻게 되는지 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한 프로정신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는 것임을 보여준 사례다. 

'더 마블스'의 주인공은 브리 라슨과 테요나 패리스, 이만 벨라니 여성 히어로 3총사다. 당초 조연급으로 출연을 확정한 박서준은 극의 일부에 등장, 얀 왕자로서 자신의 분량을 문제 없이 책임지면 그 뿐이다. 우리 배우이기 때문에 반드시 크고 좋은 역할로 나타나야 한다는 시각은 좋지 않다.

영화는 모든 캐릭터들이 균형을 이루며 앙상블을 이루는 것인데, 이같은 논리라면 주인공만 유의미하다는 편협한 생각에 갇히기 쉽다. 영화에는 악당도 필요하고, 키 플레이어, 단역도 필요하다. 어떤 캐릭터든 그 자체로 인정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극의 설정상 얀 왕자가 필요했고, 그 역할에 박서준이 낙점돼 연기를 펼친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앞서 '이터널스'(2021)에 길가메시 역으로 출연한 배우 마동석 역시 자신의 파트너 테나(안젤리나 졸리)를 지키고 받쳐주는 역할을 하다 죽음에 이른다. 그럼에도 마동석에 있어 '이터널스'의 길사메시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필모그래피다. 함께 연기 호흡을 맞췄던 안젤리나 졸리와도 촬영 이후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박서준에게 '더 마블스'는 자신의 MCU 데뷔작이자, 할리우드 진출의 첫 영화로 기록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애틋하고 기억에 깊게 자리잡기 마련이다. 그리고 처음은 그렇게 화려하고 멋지지 않아도 괜찮다. 처음부터 정상인 시작보다 올라갈 곳이 있는 시작이 더 아름답기 때문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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