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⑨미네랄→무기물...화학 부문 용어

박정연 기자 2023. 11. 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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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중인 화학자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대한화학회의 도움을 토대로 화학 분야에서 두루 쓰이고 있는 전문용어지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잘못 쓰이고 있거나 오인하기 쉬운 단어들을 꼽았다. 화학 분야 용어는 일상 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곧바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거나 정확한 뜻이 전달되지 않는 용어도 적지 않다. 대한화학회는 대체 가능한 용어들을 제안하면서도 학계는 물론 국민들과도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44. 피톤치드→식물성 살생물질

피톤치드는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방해하는 박테리아, 곰팡이,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통들어 일컫는 말이다. 고유명사처럼 자리잡았지만 이 용어를 처음 듣는 사람은 의미를 알 수가 없다. 피톤치드는 '식물의'를 뜻하는 '피톤(phyton)'과 '죽이다'를 뜻하는 '사이드(cide)'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인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물질로 여겨지고 있지만 용어의 뜻을 올바로 알아야 할 것으로 보이는 용어다. 각 단어의 뜻을 그대로 한국어로 풀어쓴 '식물성 살생물질'이란 정확한 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

45. 미네랄→무기물

미네랄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여러 원소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4종 원소에 해당하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를 제외한 원소를 의미한다. 우리 몸에서 삼투압 조절, 막전위 형성, 신경 전달 등 다양한 생명현상에 영향을 미치며 단백질의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자어로 '무기물'에 대응한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떠도는 건강정보 등에는 '유기 미네랄'과 '무기 미네랄'이란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는 틀린 표현이다. 정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무기물'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46. 구연산→시트르산

구연산은 주로 신맛이 나는 감귤류의 과일에서 발견되는 약한 유기산이다. 레몬을 의미하는 한자 구연(枸櫞)에 산(acid)를 붙인 합성어다. '구연'이란 한자어는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구연산에 대응하는 영어인 '시트르산'이나 이보다 더 쉬운 표현인 '레몬산'을 제안했다. 처음 이 단어를 접하는 사람도 성분의 유래나 성질을 더 쉽게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47. 가성소다→수산화 소듐

수산화소듐(나트륨)은 강한 염기성 물질이다. 다른 물질을 잘 부식시켜 사용에 주의가 필요하다. 가성(苛性)소다는 직역하면 '가혹한 성질을 가진 소다'라는 의미다. '가혹하다'란 표현은 다른 물질을 녹이는 강력한 성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수산화 소듐의 정확한 성질을 전달하지 못하는 추상적인 표현이다. 물질을 정확히 지칭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수산화 소듐' 용어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소듐'의 경우 '나트륨'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대한화학회는 2014년부터 정식 명칭으로 '소듐'을 사용할 것을 발표했다.

48. 거담제→가래제거제

거담제는 가래를 제거하는 약물이다. 넓은 의미로는 가래의 양과 배출에 영향을 미치는 점액작용제를 일컫는다. '거담(祛痰)'은 본래 한의학에서 가래를 없애는 치료법을 통틀어 일컫는 표현이다. 가래제거제는 한의학과 의학에서 모두 다뤄지는 약물인 만큼 '가래제거제'란 표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게 더 적합하다는 관점이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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