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품 샀다가 곤욕 치른 니콜라스 케이지, 미술품 선물 FBI 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왜?[북적book적]

2023. 11. 9. 13:3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간 ‘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
문화 유산의 도난·약탈·환수 역사
영화 '플라워 킬링 문'의 스틸. [애플티비+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2007년 3월 25일 뉴욕의 한 자연사 경매장. ‘타르보사우르스 바타르’라고 불리는 몽골 공룡의 두개골 화석이 27만6000만 달러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케이지의 막강한 경쟁자는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였다.

승자는 케이지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기다리는 건 ‘승자의 저주’였다. 공룡 화석의 출처가 화근이 된 것. 몽골 정부는 1924년부터 모든 고생학물적 발견은 정부의 소유로 규정했는데, 해당 경매 물품이 이에 해당됐다. 공룡 화석은 그 자체로 도굴이나 불법 반출의 증거 자료가 될 수 있다. 공룡 화석이 1924년 이전에 반출됐다는 자료를 찾지 못한 케이지는 결국 거금을 주고 사들인 화석을 몽골 정부에 도로 내줬다.

디카프리오는 간신히 승자의 저주를 피했지만, 그 역시도 한때 선물 받은 미술품 때문에 진땀을 뺀 적이 있다. 그는 말레이시아 출신 금융 전문가인 조 로(Jho Low)로부터 파블로 피카소와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을 선물 받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모두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양도한 경험이 있다.

조 로는 당시 엄청난 부패 스캔들의 자금 세탁범으로 몰렸는데, 디카프리오가 받은 미술품이 자금 세탁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받았다. 결국 디카프리오는 그림을 자발적으로 FBI에 넘겨주면서 겨우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 배우가 이같은 곤혹스러운 사건을 경험한 것은 모두 문제작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지가 문화유산에 대한 작은 이해만 있었더라면, 출처 정보를 통해 불법 거래 여부를 사전에 확인했다면 이런 사단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디카프리오 역시선물로 받은 미술품의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탓에 조직 범죄에 연루되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놓일 뻔 했다.

‘출처’는 흔히 원산지 정보를 표기할 때 사용되지만, 본래 문화유산에 사용되는 개념이다. 문화유산 분야에서 ‘출처’는 발견되거나 창작된 시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박물관 자료에 관한 모든 내력과 소유권 전반을 가리킨다. 이는 곧 진위 여부와 소유권을 결정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아이콘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취득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탈리에선 한때 ‘모나리자’의 반환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다빈치 서거 500주년이었던 2019년의 일이다.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작가인 다빈치 작품이지만, 현재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작품 반환 운동에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인 마테오 살비니까지 합세하며 당시 판이 커졌다. 이를 주장하는 이탈리아인들은 하나같이 ‘모나리자’가 이탈리아 국민의 정체성을 대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애국심은 문화유산 반환의 정당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 ‘모나리자’는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가 다빈치의 해당 그림을 상속받은 제자 살라이로부터 거금을 주고 적법하게 구입했기 때문이다. 당시 프랑수아 1세는 퐁텐블로 궁전의 거실에 걸어두고 자신만을 위한 단독 전시물로 뒀다.

이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모나리자’는 1797년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반환을 위해선 명백한 불법·부당성의 증거 혹은 식민 지배와 같은 부당한 역사적 사실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러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역사비평사 제공]

문화재청에서 국외문화재 환수 업무를 담당했던 김병연 작가는 신간 ‘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문화 유산의 도난과 약탈, 그리고 환수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제1·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들이 패전국의 예술품을 대거 약탈해 전리품으로 삼은 역사부터 이를 반환하는 움직임까지 살펴보며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함께 약탈 유산이 서구 박물관에서 버젓이 전시되는 현실을 꼬집는다.

그는 문화유산의 출처와 역사적 맥락을 아는 것만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이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강력한 수집욕은 자연스럽지만 이에 따른 책임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인다.

문화유산의 출처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것은 ‘카탈로그 레조네’다. 이는 예술 작가의 모든 작품이 총망라돼 있는 ‘전수 도록’으로, 출처를 포함해 20여 가지의 정보가 담겨 있다. 예술품의 카탈로그 레조네의 경우 작품 소재부터 소유권의 변동을 파악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위조 여부와 취득의 적법성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중섭, 박수근, 이우환 등 유명 작가들의 위조 문제가 불거진 1980년대부터 카탈로그 레조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카탈로그 레조네가 만들어진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바로 2018년 환기미술관이 제작한 김환기 카탈로그 레조네다. 이는 출처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낮은 인식과 함께 그만큼 작품의 출처를 확인하는 게 어렵다는 점을 방증한다.

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김병연 지음/역사비평사

ren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