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강한 천재들의 대결 '대학전쟁'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비록 지금은 예전보다 덜 하다고 하지만, 학벌은 여전히 많은 한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다. 그중 '서카포연고'(설카포연고)는 최상위권 인재들이 모인다는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포항공대, 연세대, 고려대를 부르는 말이다. 재학생들은 당연히 모교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쿠팡플레이 '대학전쟁'은 바로 그 자존심을 건드리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대학과의 비교를 거부하는 서울대를 비롯해 치열한 라이벌 의식을 가진 카이스트-포항공대, 연세대-고려대를 붙여놓으니 단순한 연산 문제도 치열한 대결로 번진다.
'대학전쟁'은 서카포연고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대 상위 1% 진짜 천재들이 오직 두뇌만을 활용하여 맞붙는 순도 100%의 두뇌 배틀 서바이벌이다. '더 지니어스', '대탈출', '소사이어티 게임' 등을 집필한 김정선·권영 작가와 '국대는 국대다' 연출을 맡은 허범훈·김인지 PD가 참여했다. '대학전쟁'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실제 그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다. 20대 초중반의 재학생들이 모교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보니 이들이 가진 자부심과 다른 학교를 향한 디스에서는 남다른 진심이 느껴진다.
이들이 풀어야 하는 문제는 예상외로 심플하다. '세자리 수 열 번 더하기', '정해진 범위 내의 소수 찾기', '다양한 연산 300문제 풀이' 등 1~2화에 공개된 문제는 최상위권 인재를 모은 것 치고는 약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제에 대한 설명만 들었을 때는 '충분한 시간만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실제 문제를 보면 말문이 막힌다. 루트와 팩토리얼 등 다양한 기호와 수식이 가득찬 300문제 속에서 오히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 하나를 찾는 것도 어려워보인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문제를 보자마자 거침없이 답안을 써 내려간다. '대학전쟁'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내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그래'라는 자그마한 위안을 진짜 머리 좋은 사람을 보여주면서 처절하게 짓밟는다는 점이다. 기존의 두뇌 서바이벌 예능이 '나는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를 보여주며 참가자들의 능력을 보여줬다면, '대학전쟁'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문제를 나와 다른 수준으로 풀어버리는 참가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감탄을 안긴다.
이렇게 문제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의 두뇌 서바이벌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정치와 연합, 배신 등의 요소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대학전쟁'에서 학연보다 중요하게 참가자들을 묶어주는 요인은 없으며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참가자들에게 굳이 다른 대학과 연합을 할 필요도 없다. 오로지 '뇌지컬'로만 승부를 본다는 점에서는 극한의 피지컬을 요구했던 넷플릭스 '피지컬: 100'이 떠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대학전쟁'을 '뇌지컬: 100'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방송전부터 서카포연고라는 그룹을 내세웠지만, 2화 말미 또 다른 그룹이 등장했다.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하버드 팀이 주인공이다. 모교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대결을 펼쳤던 참가자들은 어느덧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대표하게 됐다. 또 하나의 자존심이 걸리게 되면서 추후 대결 역시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명예와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명예와 자존심이 밥보다 중요한 순간이 있다. '대학전쟁'에 참여한 참가자들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이를 보는 시청자 중 일부 역시 모교 후배들이 나와 더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강한 자존심을 가친 참가자들의 치열한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꿀잼을 선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오는 16일은 24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다. '대학전쟁'이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이미지라는 또 하나의 자존심까지 걸리게 됐다. 과연 어떤 학교가 '대학전쟁'의 우승을 차지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Copyright © ize & iz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스포츠 토막상식] 야구에도 '트리플 더블'이 있다 - 아이즈(ize)
- 'LPBA 뉴스타' 최혜미 눈물의 우승, '유도선수→당구장 알바' 스토리도 특별..."아빠보면 늘 눈물" -
- '농잘알'도 놀라는 '트리플 더블'의 세계...'20R 트리플 더블' 달성 선수는? - 아이즈(ize)
- 샤이니와 함께하는 추억여행 ‘마이 샤이니 월드’ - 아이즈(ize)
- '뉴노멀' 정범식 감독의 특급 용병술 비결은? [인터뷰] - 아이즈(ize)
- '무려 16팀이 이정후 원한다' 이것도 최소치, 김하성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ML에 K팝 가져올 선수"
- 휘브, 씨제스 첫 보이그룹의 패기 넘치는 출사표 - 아이즈(ize)
- '얼마나 기다렸나' 프로 11년차에 역대급 득점포, '삼성생명 박혜미' 대기만성 시작 알리나 - 아이
- [스포츠 토막상식] KBO리그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계보 - 아이즈(ize)
- 'LG 팬들 압도적 응원에도...' 왜 KT 선수들은 "감사하다", "재미있었다" 했을까 - 아이즈(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