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4·3평화재단 조례 개정 논란…강우일 주교도 사퇴

허호준 2023. 11. 9. 13: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지낸 강우일 주교가 제주도가 추진하는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사퇴했다.

강 주교의 사퇴는 최근 제주도의 일방적인 제주4·3평화재단 개정 조례안 추진 때문으로 알려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가 추진하는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장
4·3평화재단 이사장 임명 조례안 반대 뜻 표출
지난 8월 열린 제주도 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위촉식에 참석한 오영훈(왼쪽) 지사와 강우일 주교. 제주도 제공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지낸 강우일 주교가 제주도가 추진하는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공동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최근 불거진 제주4·3평화재단 조례 개정안 때문으로 알려져 재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강 주교는 지난 8일 제주도에 공동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전달하고 관련 업무에 함께 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는 민선 8기 오영훈 제주지사의 7대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인 도민참여형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제정하기 위해 구성된 기구다. 2인 공동위원장제인 이 위원회의 또다른 공동위원장은 오 지사이다.

오 지사는 지난 8월30일 제주평화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위촉식에서 강 주교를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도내 각계 인사 35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제정위원회는 제주4·3이 지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계승해 인류보편적인 평화와 인권도시 조성을 위한 도민 행동강령과 규범을 담은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제정하기 위해 꾸려졌다.

강 주교는 위촉식에서 “제주4·3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겨레가 겪은 분단의 역사가 시작되는 첫 페이지로, 체제와 이념이라는 가면이 인격을 훼손하고 파멸시킨 폭력과 재앙이었다. 제주에서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면서 제주평화인권헌장을 전 세계에 발표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강 주교는 그동안 2차례 열린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평화인권헌장 제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그러나 이번 강 주교의 사퇴는 그동안 한국사회에 양심의 목소리를 내고, 4·3문제 해결에 천착해왔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 전망이다. 강 주교의 사퇴는 최근 제주도의 일방적인 제주4·3평화재단 개정 조례안 추진 때문으로 알려졌다.

강 주교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 신부는 “주교님이 가장 관심을 갖는 일 중의 하나가 4·3문제이다. 지금 조례 개정대로 한다면 도지사의 성향에 따라 이사장이 임명되지 않나. (각계의 반대 여론에도) 제주도가 일을 그대로 추진하는 것이 주교님이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 신부는 “최근의 논란에 대한 안타까움이 주교님이 이렇게 결심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런 이유 없이 사퇴를 할 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제주도가 지난 2일 입법예고한 제주4·3평화재단 조례 개정안의 핵심은 투명 경영과 책임성 강화를 명분으로 한 이사장과 이사의 도지사 임명권이다. 현행 제도는 공개모집과 임원추천위원회(도지사 추천 2명, 도의장 추천 3명, 재단 이사회 추천 2명)의 심사, 이사회 의결을 거쳐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 뒤 도지사가 승인한다. 도는 또 비상임 이사장을 상임 이사장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도는 재단과의 사전 논의 없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주도의 조례 개정안이 4·3의 독립성·역사성·상징성을 훼손한다며 반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단 이사회는 지난 7일 제주도에 조례 개정안 철회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앞서 고희범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이 조례 개정안에 반발해 사퇴했고, 제주지역 시민단체와 다른 지방에서 활동하는 4·3단체와 유족 등도 “조례 개정안은 4·3특별법의 취지와 동떨어진 내용이다. 4·3평화재단 운영은 제주도정이 독점할 수 없다”며 제주도의 조례 개정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