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배 “행복이요? 저도 잘 몰라요”[인터뷰 종합]

장정윤 기자 2023. 11. 9. 1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영배.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인디밴드 소란의 리더 고영배는 음악 외에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명하다. 한때 그는 일주일에 10개가 넘는 라디오 방송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해 ‘라디오계 유재석’으로 불렸다. 그런 그가 최근 에세이집 ‘행복이란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를 출간했고, 베스트셀러 작가 타이틀을 얻게 됐다.

고영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행복에 대한 그의 생각과 밴드 소란을 14년동안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을 들려줬다.

■ 행복이요? 직접 찾아야 얻을 수 있죠.

“제목에 ‘행복’이 들어가니까 행복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어떡하면 행복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 같아요. 저도 가끔은 ‘아 이거 어떻게 이겨내지’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까 책 제목이 ‘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인 거죠. 결론은 저도 모른다는 거예요”

교보문고 시·에세이 부문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고영배는 이제 어엿한 작가다. 가수 겸 작가란 타이틀을 얻은 고영배. 음악과 책 중 어떤 게 그를 더 행복하게 만들까. 그는 “음악과 책 모두 사람에게 행복을 주지만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음악은 틀어만 놔도 들리잖아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흐르는 음악에 순간적인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엄청난 힘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머리 자르러 미용실에 갔는데 거기서 흐르는 음악에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잖아요. 근데 책은 펼쳐놨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어요. 의지와 노력, 시간과 이해를 할애해 직접 읽어야 행복을 얻을 수 있죠. 책은 내 에너지를 쓴다면 더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 같아요.”

책은 ‘고영배 위인전’이라고 불릴 만큼 그의 일대기가 상세하게 담겨있다.

“전 기억력도 나쁘고 일기도 안 써요. 주변 사람들이 많이 도움을 줬죠. 가족들에 대한 내용은 아내한테 친구들에 대한 내용은 친구들한테 물어봤어요. 주변에 팩트를 체크하고 썼습니다.”

고영배는 자신의 MBTI가 ENFP라고 밝혔지만, 책 속에선 은근히 이성적인 면모를 뽐낸다.

“당시의 선택이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선택지가 없었을 뿐이에요. 지식과 경험이 많으면 자기 결정에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그때 아는 게 없으니까 ‘내가 맞아’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거 같아요. 제가 음악을 계속할 수 있던 이유기도 해요. 아무것도 몰랐던 것. 오히려 많이 알았으면 겁나서 못했을 일이 많거든요. 지금 보며 너무 소름인 거에요. 어떻게 저렇게 무식하게 행동했나 싶어요. (웃음)”

■ 소란의 장수 비결은 거리감이죠.

“2010년 두 번째 콘서트 당시. 무대에 직접 현수막을 걸며 마지막 공연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음악을 그만둘까 그만두면 뭘 해야 할까 생각에 잠긴 채 공연의 막이 올랐다.”

고영배가 최근 펴낸 에세이 ‘행복이란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에 담긴 구절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그 공연에서 지금의 소속사와 인연이 닿았고, 14년째 밴드 소란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일단 오랜 기간 쉰 적이 없다. 계속 꾸준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했던 게 우리를 끈끈하게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저희 네 명은 인간적으로 아예 달라요. 죽이 척척 맞아서 농담을 주고받는다거나 그런 것도 없고 특별히 사적으로 연락해 밥 먹는 것도 없어요. 어느 시점부터는 아주 소규모 직장 동료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죠. 직원이 네 명뿐인 직장 동료기 때문에 더 배려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단톡방에 누가 글을 쓰면 바로바로 답장하고, 서로 존중하고 적당한 거리감을 느끼는 게 장수의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

밴드 멤버들은 소란 활동 외에도 바쁘다. 특히 기타리스트 이태욱은 방탄소년단의 세션, 더 시즌즈 크루도 하고 있다. 잘나가는 멤버들이 소란을 떠나진 않을까, 걱정은 없을까.

“저희는 애초에 소란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상황 내에서 각자 빛나는 무언가를 꼭 하자, 그래서 나중에 드림팀처럼 다시 모이자고 얘기했어요. 다들 소란을 소중히 여기며 개인 활동도 이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소란을 떠나거나 소홀할까 봐 걱정되는 건 전혀 없어요. 오히려 태욱이가 ‘어떤 일이 들어왔는데 해보고 싶다’고 하면 ‘우리가 맞추면 되지’라고 이야기하죠.”

소란의 공연은 음악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로 MZ세대를 저격했다. 인디밴드인 소란의 댄스공연은 유튜브 클립으로도 떠돌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 소란이 내달 23일부터 겨울 콘서트를 열고 관객들을 만난다.

“KBS 아레나라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에서 하게 됐어요. 이름 그대로 아레나 형태의 공연장이기 때문에 브라스 연주자분들 댄서분들 다 총동원했어요. 특수효과도 아주 있는 대로 써서 ‘사장님 뭐가 남나요?’ 느낌으로 준비했죠. 크리스마스 시즌에 풍성한 볼거리를 드릴 예정입니다.”

‘스포왕’이란 별명에 걸맞게 신곡 스포도 잊지 않았다.

“신곡은 제가 이미 여러 방송에서 스포를 잔뜩 해놨어요. 저희 음악을 가장 오랫동안 즐겨주실 분들은 팬들이니까 미리 들려준다고 흥미가 떨어질 것 같지 않았거든요. 그럼에도 새로운 스포를 하자면 미니 앨범이고요. 총 5곡이 수록될 예정입니다.”

장정윤 온라인기자 yunsuit@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