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여성·패션 모델도 입대… ‘병력 부족’ 우크라, 여군 확충 나선다
20개월 넘게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여성의 입대 연령 상한을 높이고 보직 제한을 없애는 등 여성 병력을 확충하고 있다.
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장기적인 소모전으로 병력 손실이 커지자 여군에 대한 여러 제한을 단계적으로 철폐했다. 여성도 기관총 사수, 전차병, 저격수 같은 역할을 맡을 수 있게 했으며 여성 입대 연령 상한선도 기존 40세에서 남성과 동일한 60세로 높였다.
여성은 의무 징집 대상은 아니지만 의료 훈련을 받은 여성의 경우 징병 대상자로 등록하도록 하는 법도 지난달 시행됐다. 전쟁 초기 준군사조직원으로 참여해오던 여성이 정규군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된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군 복무 중인 여성은 4만3000명이다. 러시아의 침공 전인 2021년 대비 약 40% 증가한 수치다. 이들 중 일부는 남동부 전선에서 실제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 군 복무 확대는 막대한 병력 손실에 따른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무기와 탄약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를 운용할 병력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동원해야 한다. 전쟁 초기 수십만명의 남성이 자원 입대했으나, 사상자 규모가 50만명을 넘기고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징집을 피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의 군사 훈련을 지원하는 단체도 생겨났다. ‘우크라이나 발키리야’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걸 목표로 군사훈련을 제공한다. 지난 주말에도 키이우 인근 숲에선 20여명의 여성들이 칼라시니코프 소총 다루는 법, 부비트랩 탐지, 수류탄 훈련 등을 마쳤다. 언젠가 전선에 서게 될 수 있다는 의무감으로 훈련에 참여한 이들이다.
전투 훈련에 참여한 심리학자 올라 바흐마토바(46)는 “아무도 참호에서 싸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건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친구와 함께 훈련에 참여한 20대 철물점 직원도 있었다. 현재까지 발키리야에서 훈련을 수료한 여성은 200명가량이다.
특히 미래 전쟁의 중심으로 평가받는 드론 조종에 흥미를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고 한다. 드론 조종은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여성 드론 조종사를 양성하는 ‘필로테시 그룹’ 창립자 발레리 보로비크는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여성은 당장 내일이라도 드론으로 포병 사격을 유도할 수 있을 것”라고 했다. 그는 전쟁 초기 이 단체를 설립했는데, 패션쇼 주최자가 여성 드론 조종사 모집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수료생 중에는 모델과 배우도 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여성 병력을 늘리기 위해 체형에 맞는 군복을 제공하는 등 복무 환경을 개선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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