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 훈풍 기류 속 양국민 적대감도 완화…여론조사서 인식 개선 흐름

이종섭 기자 2023. 11. 9.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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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물리아호텔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앞서 미소를 보이며 악수하고 있다. 발리 |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기류 속에서 양국 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적대감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적대 의식이 많이 감소했는데 중국의 경제 상황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미국인과 중국인 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을 적 또는 비우호적으로 보는 중국인 응답자 비율이 48%로 나타났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해 4월 조사에서 중국 응답자의 80% 이상이 미국에 대해 적대적인 의식을 보였던 것과 비교된다. 올해 4월 조사 때와 비교해도 미국을 적으로 보거나 비우호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9%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미국을 동맹이나 우호적으로 본다는 응답은 지난해 4월 10% 미만에서 45%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도 개선됐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을 적으로 보거나 비우호적으로 본다는 미국인 응답자 비율은 59%였다. 미국을 적대적으로 여기는 중국인에 비해서는 비율이 높지만 지난해 9월 조사에서 적대적인 응답이 69%까지 올라갔던 것에 비해서는 10%포인트, 지난 4월 조사 때보다는 4%포인트 낮아졌다. 또 양국 응답자의 75% 이상이 미·중 간 긴장을 우려하고 있으며 양국이 긴장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최근 미·중 간 관계 개선 흐름이 분명한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냉각기를 걷던 양국 관계는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을 기점으로 고위급 상호 방문과 대화를 이어가며 해빙기를 맞고 있다. 오는 15~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와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이와 관련해 양국 정상이 샌프란시스코 회담을 통해 그동안 중단됐던 군사 대화 재개를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양국 군 당국 간 대화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 대만 방문 이후 중단됐으며, 최근 각 분야의 고위급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상황에서도 재개되지 않고 있다. 두 정상 간 만남을 통해 군사 대화 재개 합의가 이뤄지면 양국 관계는 한층 더 안정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닝컨설트는 이번 조사에서 중국인들의 미국에 대한 시각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에 대해 지정학적 태도 전환이기보다는 중국의 경기 악화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미국 민주당 일부 지역에서 비둘기파적인 정서가 증가했음에도 가까운 장래에 미·중 간 데탕트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내년에 공화당이 의회 장악력을 높이거나 대선에서 승리하면 국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미·중 관계는 더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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