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장비 덕’ 세계 최대급 천체망원경 눈 밝아졌다
반사경 8.1m 제미니 천문대 장착돼 운영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첨단 적외선 분석 기기가 미국 하와이에 있는 세계 최대급 천문대에 장착돼 첫 관측에 성공했다. 기존에 쓰이던 기기보다 성능이 좋아 별 진화 과정과 외계 행성 탐색 연구의 수준을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천문연구원은 9일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 있는 제미니 천문대에 설치한 적외선 분광기 ‘IGRINS-2’를 이용해 먼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를 시험 관측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분광기란 천체 망원경에 들어온 빛을 파장별로 분해하는 장비다. 이렇게 하면 해당 천체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이동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천문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IGRINS-2는 여러 성질의 빛 가운데 적외선을 분석하는 데에 특화됐다.
IGRINS-2는 적외선을 매우 세세히 나눌 수 있어 저분산이나 중분산이 아닌 ‘고분산 분광기’로 분류된다. 기존 분광기보다 부피는 작지만, 넓은 대역을 높은 감도로 관찰할 수 있다. 별의 탄생과 진화 과정 규명, 외계 행성 발견 등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IGRINS-2를 개발하기 시작해 지난달 제미니 천문대에 설치를 완료했다. 그리고 이번에 첫 시험 관측에 성공한 것이다. 앞서 2014년 미국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IGRINS 분광기가 천문학계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성능을 개량해 새로 내놓은 것이 IGRINS-2이다.
제미니 천문대의 반사경은 8.1m에 이르러 역시 하와이에서 운영 중인 스바루 천문대(8.2m)와 함께 ‘단일경’, 즉 조각 거울이 아닌 통거울을 쓰는 광학망원경으로는 세계 최대급 시설로 꼽힌다. 제미니 천문대는 한국과 함께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IGRINS-2를 이용해 제미니 천문대가 관측한 천체는 지구에서 3000광년 떨어진 ‘NGC 7027 행성상성운’이다. 태양보다 3~4배 질량이 컸던 별이 죽음 단계에 이르러 외피를 우주로 흩뿌리면서 만든 잔해다. 우주과학계는 NGC 7027이 생성되기 시작한 시점을 600년 전으로 보고 있다.
IGRINS-2를 이용한 시험 관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된다. 하반기부터는 세계 천문학계가 관측 자료를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병곤 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한국이 처음으로 8m급 대형 망원경의 주력 관측기기를 개발해 이를 천체 관측에 활용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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