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장비 덕’ 세계 최대급 천체망원경 눈 밝아졌다

이정호 기자 2023. 11. 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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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개발 고성능 적외선 분광기 첫 시험 관측
반사경 8.1m 제미니 천문대 장착돼 운영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서 운영 중인 제미니 천문대 전경. 미 국립 가시광선·적외선 천문학 연구소(NOIRLab) 제공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해 제미니 천문대에 장착한 적외선 분광기인 IGRINS-2(노란색 직육면체) 모습. 천문연구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첨단 적외선 분석 기기가 미국 하와이에 있는 세계 최대급 천문대에 장착돼 첫 관측에 성공했다. 기존에 쓰이던 기기보다 성능이 좋아 별 진화 과정과 외계 행성 탐색 연구의 수준을 높일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천문연구원은 9일 미국 하와이 마우나케아산에 있는 제미니 천문대에 설치한 적외선 분광기 ‘IGRINS-2’를 이용해 먼 우주에 존재하는 천체를 시험 관측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분광기란 천체 망원경에 들어온 빛을 파장별로 분해하는 장비다. 이렇게 하면 해당 천체가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이동 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천문연구원 연구진이 개발한 IGRINS-2는 여러 성질의 빛 가운데 적외선을 분석하는 데에 특화됐다.

IGRINS-2는 적외선을 매우 세세히 나눌 수 있어 저분산이나 중분산이 아닌 ‘고분산 분광기’로 분류된다. 기존 분광기보다 부피는 작지만, 넓은 대역을 높은 감도로 관찰할 수 있다. 별의 탄생과 진화 과정 규명, 외계 행성 발견 등에 많이 활용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진은 2020년부터 IGRINS-2를 개발하기 시작해 지난달 제미니 천문대에 설치를 완료했다. 그리고 이번에 첫 시험 관측에 성공한 것이다. 앞서 2014년 미국 연구진과 공동 개발한 IGRINS 분광기가 천문학계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성능을 개량해 새로 내놓은 것이 IGRINS-2이다.

제미니 천문대의 반사경은 8.1m에 이르러 역시 하와이에서 운영 중인 스바루 천문대(8.2m)와 함께 ‘단일경’, 즉 조각 거울이 아닌 통거울을 쓰는 광학망원경으로는 세계 최대급 시설로 꼽힌다. 제미니 천문대는 한국과 함께 미국, 캐나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공동 운영하고 있다.

지구에서 3000광년 떨어진 우주에 있는 ‘NGC 7027 행성상성운’ 모습.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IGRINS-2를 이용해 제미니 천문대가 관측한 천체는 지구에서 3000광년 떨어진 ‘NGC 7027 행성상성운’이다. 태양보다 3~4배 질량이 컸던 별이 죽음 단계에 이르러 외피를 우주로 흩뿌리면서 만든 잔해다. 우주과학계는 NGC 7027이 생성되기 시작한 시점을 600년 전으로 보고 있다.

IGRINS-2를 이용한 시험 관측은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된다. 하반기부터는 세계 천문학계가 관측 자료를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병곤 천문연구원 대형망원경사업단장은 “한국이 처음으로 8m급 대형 망원경의 주력 관측기기를 개발해 이를 천체 관측에 활용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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