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와 정상회담 불확실…진정성·실질적 행동 보여야"
중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미국 정부의 스탠스에 대해 관영언론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자동으로 장애물을 피할 수는 없다"며 미국 측이 경제제재 해소와 중국이 주장하는 핵심가치 인정 등 선물보따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이자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9일 공동 논평을 내고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엔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에 맞춰 더 큰 진정성과 실질적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중 양국 정상은 이달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자회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측은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APEC 참석 여부를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그가 APEC 기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APEC 국가 기업 경영인들을 만나는 일정이 사전 예고되면서 참석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사실상 정부 의지나 다름없는 관영언론 논평을 통해 '정상회담엔 불확실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회담 성사 여부도 다시 속단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중국에선 허리펑 부총리 겸 국무위원이 미국을 방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인데 양자 회담에서 얼마나 의견 접근을 이루는지가 양국 정상회담 성사에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측은 "양국 정상회담은 APEC 의제를 가릴 정도로 세계의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은 외교, 경제, 무역분야는 물론 군비 통제나 기타 협의 분야에서 그간 집중적 고위급 회담을 해 왔으며, 이번 허리펑과 옐런의 회담이 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양보를 분명하게 요구했다. 중국 측은 논평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며 자동조종장치에 의존해서 갈 수 있는 순탄한 길은 절대 아니"라고 앞서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을 인용해 재차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지속적으로 미국 측의 양보와 이해를 요구해 왔다. 남중국해 영토분쟁이나 양안(중국-대만 간) 관계, 러시아 군비 지원, 미중 무역분쟁 등 중국이 민감해할만한 내용을 정상회담 의제로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하나의 중국 등 중국의 정치적 어젠다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이에 대해 확답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를 의식한 듯 논평에서 "지난 2년간 경험에 따르면 중미관계 전환의 계기에서 미국 측은 언제든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워싱턴에는 중미 관계를 훼손하고자 하는 어둠의 세력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으며, 그들은 더 중요한 순간일수록 적극적으로 활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측은 중국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소통요청을 거부한다고 불평하는데, 허리펑의 이번 방미는 미국의 그간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걸 잘 보여준다"며 "우리는 미국이 정치적 지혜와 용기를 보여주고, 중국에 대해 진정 책임감 있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회담을 둘러 싼 양국의 상황은 갈수록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미국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최근 USTR(무역대표부)에 서한을 보내 급증하고 있는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막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 등의 관세를 더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중국 무역규제를 강화해달라고 국회 차원에서 정부에 요청한 셈이다.
미국 측은 정치와 경제를 나눠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어르고 뺨치는 미국의 전략에 중국은 더욱 혼란에 빠지고 있다. 시 주석 입장에서도 하강국면이 뚜렷해지는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미중 정상회담을 걷어차 버리기 어렵다.
중국도 이를 의식한 듯 거듭 미국의 경제제재 축소를 요구했다. 중국은 논평에서 "트럼프 시절 중국에 부과된 관세는 중국에 별다른 효과를 주지 못한 낡은 카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은 그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며 "미국이 다국적 기업에 채운 무거운 정치적 족쇄를 풀어주고 중국이 반복적으로 강조해 온 핵심 이익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해 정상회담을 위한 더 나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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