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코펜하겐 대참사' 맨유, PK 4경기 연속 실점도 기록…꼴찌 추락+조별리그 탈락 위기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덴마크 원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불명예스런 기록도 양산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9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 파르켄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4차전에서 코펜하겐에 3-4로 패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코펜하겐에 패한 건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코펜하겐의 체급은 확실히 다르다. 그렇기에 장기간 패배를 몰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인데 이날은 뭐에라도 홀린 듯 후반에 무너지면서 무릎을 꿇었다.
결국 부진이 이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기대와 달리 최근 여러 대회에서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여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면서 중위권까지 떨어졌고, 카라바오컵에서도 디펜딩 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대패를 당했다.
그나마 지난 주말 풀럼에 1-0으로 이기면서 한숨 돌렸다 싶었는데 이번 코펜하겐 원정에서 무너지면서 신뢰를 잃고 있다. 현재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보여주는 페이스는 구단 최악의 역사에 남을 정도다. 개막 후 15경기 기준 1962년 이후 손에 꼽힐 만큼 안 좋다.
그렇기에 풀럼전을 잡고 이번 경기까지 이겼어야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베스트 멤버를 꺼내기도 했다. 라스무스 호일룬을 최전방에 두고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브루노 페르난데스, 마커스 래시포드를 2선에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스콧 맥토미니를 배치했다. 포백에는 지오구 달로, 조니 에반스, 해리 매과이어, 아론 완-비사카가 섰고, 골문은 안드레 오나나가 지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꺼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다. 그래선지 이른 시간 기선도 잡았다. 킥오프 3분 만에 아론 완-비사카가 측면에서 볼을 잡아 스콧 맥토미니에게 연결했다. 하프 스페이스를 파고든 스콧 맥토미니는 패스를 받은 뒤 반대편 포스트로 침투하는 라스무스 호일룬과 눈이 마주쳤다. 스콧 맥토미니는 정확하게 낮게 깔아 패스했고, 라스무스 호일룬이 가볍게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좋았던 출발과 달리 변수가 하나씩 쌓여나갔다. 전반 28분 조니 에반스가 주저앉으면서 라파엘 바란과 교체됐다. 지난 시즌만 해도 주전 센터백으로 뛰었던 바란인데 올 시즌에는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따라서 갑작스레 그라운드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 편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라스무스 호일룬이 해결사를 자처했다. 전반 28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시도한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막혀 나오자 문전으로 쇄도해 가볍게 발을 갖다댔다. 세컨볼을 처리하며 2골을 뽑아낸 라스무스 호일룬의 활약에 힘입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무게추가 기우는 분위기였다.
잘 풀리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흔들리게 되는 시점이 발생했다. 전반 41분 마커스 래시포드가 볼 경합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발목을 밟았다. 비디오 판독(VAR)이 이어졌고, 주심은 마커스 래시포드가 거친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다이렉트 퇴장을 지시했다.
수적 열세에 놓인 여파는 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0명으로 전반 남은 시간조차 버티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코펜하겐의 연계 플레이에 수비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코펜하게은 디오구 곤살베스의 패스를 받은 모하메드 엘리오누시가 논스톱 슈팅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망을 흔들었다.
마커스 래시포드의 퇴장 문제도 있고 전반 추가시간이 계속 이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멸했다.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핸드볼 파울을 범했다. 주심의 판정은 페널티킥. 코펜하겐은 키커로 디오구 곤살베스가 나섰고 침착하게 성공했다. 안드레 오나나 골키퍼는 반대로 점프하면서 페널티킥을 막지 못했다.
전반에 뽑아낸 2골을 지키지 못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후반 차분하게 골을 노렸다. 후반 8분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의 패스를 받은 지오구 달로가 왼발 슈팅으로 공격에까지 가담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골키퍼에게 막혔다.
그래도 공격 의사를 강조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후반 23분 코펜하겐 역시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키커로 나서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3-2로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지만 남은 20여분을 지키기에는 수비가 불안했다. 남은 시간 코펜하겐의 공세가 본격화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자연스레 뒤로 물러났지만 버티지 못했다. 후반 37분 루카스 레라허에게 기어코 3-3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젠 승점 1점이라도 획득하려면 이대로 끝내야 했다. 그러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집중력을 잃었고, 후반 42분 루니 바르다지에게 문전 슈팅을 허용해 3-4로 스코어가 뒤집혔다. 다급해진 맨체스터 유나이트드는 메이슨 마운트를 최전방으로 올리고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를 통해 공격했다. 막바지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회심의 슈팅을 날리기도 했지만 동점골을 뽑지 못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4경기를 치른 현재 1승 3패(승점 3점)에 머물면서 조 최하위로 떨어졌다. 코펜하겐과 갈라타사라이(이상 승점 4점)와 격차가 크지 않지만 상황은 쉽지 않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앞으로 조 1위인 바이에른 뮌헨(승점 12점)과 쉽지 않은 갈라타사라이 원정을 펼쳐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두 경기를 모두 이기는 건 쉽게 생각하기 어렵다.
당장 바이에른 뮌헨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패배가 없다. 같은 시간 갈라타사라이를 상대했던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를 앞세워 승리를 챙겼다. 김민재가 어김없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센터백 파트너인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돌아가면서 부상을 당해 김민재를 중심 축으로 두고 시즌을 운용하고 있다. 이번에는 우파메카노가 김민재와 함께 최후방을 책임졌다.
사실 바이에른 뮌헨도 고전했다. 전반적으로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실제 킥오프 이후에도 갈라타사라이의 반격에 바이에른 뮌헨이 꽤나 고생하는 모습이었다. 전반 중반에 변수까지 겹쳤다. 바이에른 뮌헨의 신형 엔진으로 에이스 면모를 보여주던 무시알라가 주저앉았다. 스스로 교체 신호를 보낼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토마스 뮐러가 급히 그라운드를 밟았다.
어수선한 가운데 바이에른 뮌헨이 전반이 끝나기 전 실점 상황을 맞았다. 하킴 지예흐가 김민재가 버틴 바이에른 뮌헨 뒷공간을 파고들었고 문전으로 빠르게 패스했다. 이를 마우로 이카르디가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균형이 깨지지 않은 채 후반이 시작했고 바이에른 뮌헨이 점차 흐름을 잡아나갔다. 후반 7분에는 사네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케인이 슈팅한 게 골대를 때렸다. 바이에른 뮌헨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공방전 양상으로 흘렀다. 갈라타사라이도 후반 16분 이카르디가 떨궈준 볼을 루카스 토레이라가 발을 갖다대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이었으나 비디오 판독(VAR) 끝에 토레이라가 김민재보다 더 앞서 있던 장면이 확인돼 득점이 취소됐다. 위기를 넘긴 바이에른 뮌헨은 득점을 위해 수비 라인을 더 올렸고 갈수록 김민재 혼자 최후방에 두는 원백 축구를 진행했다.
답답하게 흘러가던 후반 35분 바이에른 뮌헨이 결국 골을 넣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케인이 헤더골을 넣어 앞서 나갔다. 부심은 깃발을 들긴 했지만 VAR로 살펴보니 오심이었다. 케인의 골이 인정된 바이에른 뮌헨은 신을 냈고 머지않아 케인이 멀티골을 넣어 2-0으로 벌렸다.
후반 막바지 실점을 하긴 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승점 3점을 챙기는 경기 운영을 해내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허술함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강등 시즌을 떠올려야 할 만큼 불안정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하고 우승을 밥먹듯이 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지만 과거에는 어려운 시간을 겪기도 했다. 특히 1973-74시즌에는 최상위 리그에서 강등을 당한 적도 있다.
지금 페이스가 그때와 닮아있다. 축구 통계 사이트 '옵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개막 후 17경기에서 9패를 기록한 건 1973-74시즌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그 시절을 뛰었던 윌리 모건조차 "지금이 우리 때보다 더 좋지 않다"며 "당시 우리는 강등을 당했지만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결속력도 있었다. 동지애 역시 대단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부상이 너무 많았고 운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때보다 더 한심하다"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릭 텐 하흐 감독을 둘러싼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강점으로 평가된 선수단 관리도 잘 안 된다. 최근 주전 공격수인 마커스 래시포드와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마커스 래시포드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0-3 완패 후 곧바로 파티를 즐겼다. 26번째 생일을 기념해 친구들과 노는 모습이 포착됐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화를 냈다. "마커스 래시포드가 파티한 것을 알고 있다. 받아들일 수 없다. 난 분명히 말했다. 마커스 래시포드는 일단 사과했다. 이 일은 끝났다. 우리 내부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영국 현지에선 마커스 래시포드가 30만 파운드(약 4억 8,700만 원)의 벌금까지 부과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벌금 관련해선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데 덴마크 원정에서 퇴장까지 당했으니 더욱 관계가 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건 승리다. 패배가 계속되면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입지도 안전하지 못하다. 이미 팬 여론은 서서히 감독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에릭 텐 하흐 감독의 지도 방식에 불만을 보이고 있다. 영국 매체 '데일리 스타'의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중 최소 6명 이상이 에릭 텐 하흐 감독의 경질을 원하고 있다"고 알렸다.
감독도 지금의 위기를 잘 알고 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이겨야 한다. 이기지 못한데 대한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지난 시즌 매우 좋은 축구를 했다. 올 시즌도 기존 철학은 똑같다. 내 생각을 선수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했다. 우리는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한다. 매경기 준비는 잘하고 있다. 선수들도 이길 준비가 되어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코펜하겐 참사는 치명적이다. 불명예 기록은 계속 쌓였다. 이날도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조별리그에서 4경기 연속 페널티킥으로 골을 허용한 최초의 팀으로 남게 됐다. 얼마나 수비 조직력이 엉성하고 부족한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우린 매우 좋은 경기를 펼쳤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더욱 실망스럽다"며 "시즌 최고 10분을 보내며 잘 시작했다. 이기고 있었는데 마커스 래시포드의 레드카드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에릭 텐 하흐 감독은 판정에도 불만을 표했다. 코펜하겐이 넣은 두 골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하며 "첫 번째 골은 오프사이드였다. 안드레 오나나 앞에 선수가 있었다. 두 번째 페널티킥도 해리 매과이어의 손은 정상 위치에 있었다. 그저 공과 너무 가까웠을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내줬던 페널티킥에 대해서도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에서 크리스티안 에릭센이나 코펜하겐과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스콧 맥토미니의 경우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기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어선 안 된다. 객관적인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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