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가짜 비아그라' 공장이…920억원·613만정 제조·유통(종합)

경찰 수사망 좁혀오자 강원 정선에서 서울로 공장 옮겨

안동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2계장이 9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원료를 밀수입해 비닐하우스, 도심 한복판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제조·유통한 일당 검거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1.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서울 한복판에서 정품과 구별이 어려운 가짜 비아그라를 만들어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은 시가 920억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613만정을 제조 및 유통한 혐의로 24명을 검거했다고 9일 밝혔다. 그중 총책 A씨(66), 제조기술자 B씨(67), 제조유통책 C씨(55), 유통총책 D씨(61) 등 주요 일당 4명은 구속됐다. 이들은 보건범죄단속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말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가짜 비아그라의 경우 성분 함량이 일정하지 않고 때론 지나치게 높아 부작용 우려가 크다. 심할 경우 심장병 및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서울로 공장 이전…간 큰 가짜 비아그라 제조

이들 일당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원료를 밀수입해 강원도 소재 농가 및 서울 소재 사무실에 제조공장을 만들고 가짜 비아그라를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총책인 A씨는 사업차 중국을 수차례 오가던 과정에서 중국 내 원료 물질을 취급하는 지인으로부터 가짜 약 제조 판매가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지인들을 통해 제조 기술자 등을 소개받아 자신이 소유한 시골 농가와 자금으로 범행을 공모했다.

코로나19로 의약품 밀수가 어려워지자 원료 물질과 의약품 설명서, 포장용기 라벨지 등을 국제우편이나 다른 화물에 숨겨와 밀수입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특히 이들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기존 강원도 정선에 차린 제조 공장을 두고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로 공장을 이전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차려진 가짜 비아그라 공장. (서울경찰청 제공)

◇"더 좋은 효과 낼 수 있다" 홍보…시장에 유통되기도

이렇게 제조된 비아그라는 소매상들에게 1정당 약 233원에 유통됐다. 정품 비아그라 가격(1만5000원)과 비교하면 64분의 1 수준이다. 소매상들은 시골 농가, 공사장 인부들, 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1정당 최대 1000원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짜 비아그라는 시장 건강식품판매점을 통해서도 유통이 됐다. 온라인을 통한 유통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주원료인 실데나필이 남을 경우 한약재에 섞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홍보하며 고가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들이 거둔 수익은 약 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이들이 제조한 13억3000만원 상당 가짜 비아그라 8만8792정을 압수했다.

박명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2계장은 "중국 내 공급 조직에 대한 단서를 확보해 계속 수사하고 밀수입 첩보 수집과 단속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K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