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인기에 ‘가짜뉴스’까지 난입했다… "MLB에 K팝" 악마 에이전트 1억 달러 조준하나

김태우 기자 2023. 11. 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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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뉴스까지 등장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이정후 ⓒ곽혜미 기자
▲ 이정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시장의 판을 키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MLB) 네트워크의 패널이자 칼럼니스트인 존 모로시는 활발하게 현장을 누비는 대표적인 메이저리그 기자 중 하나다. 자연히 발이 넓은 메이저리그 소식통으로 신뢰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7일(한국시간) 뜬금없이 모로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또 하나의 소식통인 존 헤이먼을 인용했다면서 “디트로이트가 KBO리그의 스타인 이정후에게 아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영입의) 선두주자로 달리고 있다고 간주되고 있다”는 트윗을 올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디트로이트라는 이름은 다소간 생소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것은 가짜 뉴스였다. 모로시를 사칭한 가짜 계정에 올린 트윗이었다. 모로시의 계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장 이름의 스펠링부터가 살짝 달랐다. 여기에 꽤 많은 팬들이 낚이기는(?) 했지만, 이를 눈치 챈 팬들의 적극적인 관여로 가짜 소문이 더 확산되지는 않았다.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해프닝은 하나의 사실을 일깨운다. 바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큰 관심과 별개로 현지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보도하고 있다. 매체별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다수 매체들이 2023-2024 메이저리그 FA 시장 선수 랭킹에서 이정후를 10위권 초반에 올려두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후한 평가다.

투‧타를 겸업해 특이 케이스인 오타니 쇼헤이를 제외하면. 야수 쪽에서는 야수 전체 최대어이자 외야 최대어로 뽑히는 코디 벨린저, 그리고 내야 최대어로 뽑히는 맷 채프먼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정후에 대한 현지의 기대치를 읽을 수 있다. 올해 외야수 시장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 또한 긍정적인 요소다. 이정후 포스팅에 참전하는 팀들이 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후는 시장 상황도 잘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외야 FA 시장에는 공‧수를 겸비한 선수가 몇 없다. 중견수를 볼 수 있으면서 타격 생산력을 갖춘 선수가 별로 없다는 의미다. 벨린저 하나 정도다. 이정후가 의도하고 포스팅을 이 시기에 맞춘 건 아닌데, 호의적인 시장 상황 속에 포스팅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올해 FA 시장의 외야수들이 죄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인 것에 비해, 이정후는 20대 중반이다. 나이는 시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현지 언론들은 주로 이정후를 분석한 스카우트들의 평가를 토대로 순위를 매긴다. 스카우트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현재 현지 언론에서 분석하는 이정후는 파워는 다소 떨어지고 주력이 아주 좋지는 않지만, 정교한 콘택트에서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여기에 중견수 포지션에서도 평균 이상의 수비수라는 것이다. 일부 매체에서는 근래 이정후의 홈런 개수가 늘어난 것을 들어 파워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 이정후는 정교한 타격에 수비력까지 갖춘 젊은 인재로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이정후에 앞서 대형 계약을 했던 요시다 마사타카. 이정후는 요시다보다 수비력이 좋고 젊다

이런 외야수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시장이다. 그래서 많은 구단들이 이정후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예상이다. 벨린저가 12월 초 열릴 윈터미팅을 전후해 어느 팀과 계약을 하면, 그 다음 차례는 바로 이정후다. 이정후는 11월 중순 이후 포스팅에 들어가 한 달의 시간을 보낸다. 비싼 벨린저 대신 이정후를 우선적으로 노릴 팀들은 물론, 벨린저 경쟁에서 탈락한 팀들이 이정후를 차선으로 두고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자연히 빅마켓 구단들의 참전이 시작되고, 그렇다면 몸값 또한 치솟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9일 이정후의 예상 행선지로 최근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샌프란시스코를 지목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스카우팅에 가장 열을 올린 구단이다. 시즌 중반에는 구단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아 이정후에 대한 마지막 결론을 도출했다. 심지어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빠진 뒤에도 관심은 계속됐다. 정규시즌 막판 피트 푸틸라 단장이 직접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부문 사장 또한 이정후에 대한 관심을 부인하지 않는다. “이정후에 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인정했다. 구단 사장급이 이정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샌프란시스코가 처음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외야 사정이 급하고, 올해는 돈을 쓸 타이밍이라는 점에서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건 현시점에서 당연한 일이다.

MLB.com은 샌프란시스코 외에도 시애틀, 샌디에이고, 보스턴, 뉴욕 양키스, 토론토, 시카고 컵스, 디트로이트, LA 에인절스, 세인트루이스, LA 다저스, 클리블랜드, 피츠버그까지 총 13개 팀을 이정후와 어울리는 팀으로 진단했다. 이들은 꼭 중견수가 아니더라도 외야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다. 벨린저를 잡지 못할 경우 대규모 금액을 이정후에게 쓸 수 있는 팀들도 꽤 된다.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 피츠버그 정도가 금전적으로 떨어지는 팀들이다.

이정후의 에이전시인 ‘악마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도 9일 메이저리그 단장 미팅 도중 취재진과 만나 “이미 리그의 절반 가까운 팀들이 (이정후를 놓고) 우리와 접촉했다”면서 “이정후는 중견수 프리미엄을 가질 수비력을 갖추고 있고 파워도 있다. 나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K팝을 가지고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웬만한 돈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보라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과 5년 9000만 달러에 계약한 요시다 마사타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요시다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 중 하나였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도 타율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이정후가 요시다와 같은 타격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게 보라스의 생각이다. 그런데 이정후는 요시다보다 수비력이 낫고, 게다가 3년이나 어린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간다. 보라스는 9000만 달러 이상, 즉 1억 달러를 기준으로 하는 계약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에 설득력이 있다.

▲ 호의적인 분위기 속에 포스팅 개시를 기다리고 있는 이정후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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