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긴축기조 당분간 유지해야…DSR 규제 예외 조항 축소필요“
내년 물가 2.6% 전망…긴축유지 필요
美·유로 대비 물가안정, 고금리 추종 불필요
DSR 규제 예외조항 축소해 가계대출 조정
장기재정건전성 우려…의무지출 조정해야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물가 안정을 위해 고금리 기조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특례보금자리론 등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예외 조항도 축소해야 한다고 봤다.
KDI는 9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로 수렴할 수 있도록 현재의 긴축적인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가 상승세의 흐름이 물가안정목표에 수렴하도록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KDI는 이번 전망에서 올해 물가 상승률을 3.6%, 내년은 2.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물가는 소비 둔화와 올해 상승률 기저효과로 2%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여전히 정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주요국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라고 봤다. 물가안정목표에도 비교적 이른 시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KDI는 여타 국가와 유사한 정도의 강한 통화긴축 기조가 우리 경제에는 요구되지 않는다고 봤다. 강한 물가상승세와 경제 성장세에 대응하고 있는 미국의 기준금리 수준보다는 우리 거시경제 여건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 금리가 5.25~5.5%, 유로존도 4%대 중반인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 기준금리를 높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며 "다른 국가 물가가 높다고 해서 우리가 거기에 추종해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금융정책과 관련해서는 코로나19 위기 시 증가한 정책금융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재무위험 관리에 실패한 금융기관 및 기업을 구제하는 정책을 지양해 자구적 노력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실장은 "우리 경제에 부실기업들이 많이 쌓이면 그 자체로도 위험이겠지만 신생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을 줄이는 것도 경제역동성을 깎아먹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부실기업들을 퇴출하고 그 자리에 신생유망기업들이 다시 진입을 하는 선순환의 구조도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올해 2분기 이후 가계대출 증가폭이 빠르게 확대되는 것과 관련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KDI는 가계대출의 증가세를 억제하고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각자의 상환능력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부채를 보유할 수 있도록 DSR 규제의 예외 조항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대출 상환능력을 따지는 DSR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재 전세자금 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DSR 적용을 받지 않는 주요 예외항목이 16개에 달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예외항목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KDI는 스트레스 DSR 규제를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DSR 산정시 가산금리를 추가 적용하는 규제를 뜻한다. 금융위원회는 내달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관련 규제 내실화 방안 발표를 준비 중이다.
정규철 실장은 "전세자금대출, 특례보금자리는 건전성을 관리하는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재무건전성이 갑자기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스트레스 DSR 규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KDI는 2024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이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인 2.8%로 편성되었으나 총수입 증가율은 -2.2%로 예상되면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수준이 올해보다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수입은 올해 경기둔화 및 자산시장 침체 등에 따라 국세수입이 축소되면서 전년대비 13조6000억원 감소한 612조1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재정지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GDP 대비 3.9%)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 방안에 제시된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상한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도 50.4%에서 51.0%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인구 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지출과 국민건강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소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라 소득세 및 사회보장기여금 수입 등은 감소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KDI는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며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의무지출을 포함한 전반적인 재정지출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무지출은 재량지출과 달리 지출의무와 지출규모를 조정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해 관리하기 어렵다. 하지만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의무지출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장기건전성을 걱정한다면 의무지출까지도 조정해야 한다"며 "의무지출은 정부에서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야 되기 때문에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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